찰나의 참회로 태산 같은 잘못이 태워질까요?
아마 그렇진 않겠지요.
그래도 내가 날 용서 할 명분은 세워야겠기에
어머니 향해 칠일 참회기도 하고, 어제 회향 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슴이 무겁습니다.
당연하다 해야겠지요.
그마저도 아니면 어찌 자식일까....그럽니다.
그냥 무거운 채 지내렵니다.
그야말로 이 무거움이 얼마나 가겠습니까.
오히려 쉬이 잊을까 그것이 염려입니다.
이른 새벽 서늘한 바람이 싫지 않아 창을 엽니다.
아직 여명인 바깥세상에 시선을 놓아 보냅니다.
눈이 가니 맘도 따라 갑니다.
근데 그 세상과 그 맘이 참 잘 어울립니다.
반쯤 밝아진 세상, 반쯤 열린 맘, 반쯤 뜨여진 눈.......
어디선가 어둠을 뚫고 생각 하나 올라옵니다.
꼴깍 침이 넘어 가고, 그 생각이 곧 의문이 됩니다.
‘지금 내 어머니는 어디에 계시는가?’
‘..............’
내 시선이 머문 곳 그 자리에 문득 어머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그 자리엔 내가 겹쳐 있습니다.
한 호흡지간에 유정은 무정이 되었습니다.
生과 死가 삶과 죽음이 거기 그 한 곳에 있습니다.
진리의 군상에서 보면 斷도 없고 常도 없다 했습니다.
‘허면 죽음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
‘그저 죽음이란 또 다른 삶으로의 변환점일까?’
............
‘어머님의 종자식은 이제 어디에서 다시 뿌리를 내려 그 형상을 나타낼 것인가?’
............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어디로 갈 것인가?
어찌 살다 어찌 가야 맞는 것인가’
............
물음이 물음으로 꼬리를 물다 문득
창 앞 키 큰 나무의 위세가 보입니다.
어둠 파한 자리에 밝음이 교대했습니다.
몰아가던 생각을 거두고, 시선도 풉니다.
밝음 속에서 보니 아직 맺히고 피어 난 것은 없으나
때 기다리며 잔뜩 부풀린 초목들이 반갑습니다.
그러고 보면 자연이 스승입니다.
無常과 輪廻라는 진리, 虛心의 이치,
法界 秩序와 順應의 道理까지도
자연은 몸소 보여 줍니다.
...................
안개 같던 의문들이 일순간 망상이구나 깨달아 집니다.
일상을 시작하려고 보니
오늘도 할 일이 참 많습니다.
해서 바쁜 몸에 덩달아 허덕대지 말고 맘은 여여 하자고 다짐해 둡니다.
이렇게 여전히 아침도 오고 봄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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