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틈으로 새어 드는 새벽 공기에 이불 깃 여며 목까지 덮습니다.
이 바람 껴안고 조금만 더 자고 싶다~~~~
근데 아이가 개학을 했습니다.
깨워 학교 보내야지.
아침나절 나는 모처럼 강가를 걷습니다.
태풍으로 털어 낸 세상이 참으로 선명하고 정갈합니다.
세상이 또 한 계절 변해 가나 봅니다.
키가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한 노란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고 섰습니다.
꽁무니 빨간 잠자리가 눈앞에서 맴을 돌고
참새 떼 한 무리가 키 큰 풀숲으로 날아듭니다.
흰나비 한 마리 바닥 낮게 도는 것이 짝꿍 찾는 듯도 싶고,
농 짙은 풀 냄새 섞어 흐르는 물소리는 경쾌하기만 합니다.
고개 젖히고 보니 하늘이 파랗게 높아 따가운 햇볕 멀리서 오고
바람도 이미 햇살 벗어났는지 산들 산들 가볍습니다.
길에서 좌판을 벌이고 있는 할머니가
뜯어 온 깻잎과 호박잎이 끝무리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어제 오늘 걸으면서 내가 본 세상이
여름 끄트머리, 가을 초입 맞습니다.
어려웠지만 어쨌든 또 한 계절이 이렇게 갑니다.
천둥 번개 태풍 폭우 폭염이 기세충천했어도
세상엔 어느 것도 영원히 머무는 도리 없나 봅니다.
좋아도 싫어도 오면 가고, 가면 또 다른 자리 오고,
세상살이도 맘도 그렇게 머뭄 없이 내내 돌고 돕니다.
우리 집 저녁 식탁에 마지막 여름을 올려놓습니다.
매운 고추 송송 썰어 톡소는 강된장 바글바글 끓이고,
호박잎은 파랗게 찜통에 김 올려 살짝 쪄 냅니다.
가지는 오이 곁들인 새콤 달콤 시원한 냉국으로 만들고,
둥근 호박 납짝 썰어 들기름 둘러 볶아 냅니다.
고구마 순 껍질 벗겨 혀끝 얼얼하도록 빨갛게 볶아 내고,
오곡 섞어 금방 지은 구수한 콩 밥 식구 앞앞 한 그릇씩 풉니다.
등 굽은 할머니 무딘 손으로 따 왔을 몇 가지 푸성귀를 인심 좋게 사다가
우리 가족 이렇게 흐뭇하게 배 불리니 여름 환송식 이러면 됐지 싶습니다.
이 여름은 유난히 힘들어서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인데도
한 철 제 몫 다하고 가는 계절이 어쨌거나 보내려니 섭섭합니다.
철야로 고성염불 하던 매미들은 모두 성불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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