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하네.
계절이 이백 번 바뀌도록 한 뼘도 못 자란 못난이 가슴이 내 가슴이지.
살만큼 살고도 익지 못한 소견을 누구라서 호통하여 나무랄 수 있나
잡으려니 오히려 맘은 점점이 흩어져 엄숙한 훈계 조롱하고 나선다.
허공이 아무리 넓어도 망상 한 번 펼치면 무한하여 덮고도 남는데,
항하사 모래알 수가 무량하다 해도 이 무명속 미진 번뇌만큼은 아닐꺼다.
묻고 싶네.
사람 좁은 속은 바늘 꽂을 자리만큼도 못 된다고 누가 그랬는가.
그랬으면 쉼 없이 들끓는 맘 이 곳의 끝없는 자리를 변명해 보라.
사람 넓은 속은 우주라는 말의 의미를 나는 믿고 싶은데
허면 실낱같은 생각 하나도 온전히 못 꽂히는 이유는 누구라서 설명 할 텐가.
잡으려도 보려도 허사 인 것은 정녕 그 맘자리가 허상인 까닭이 아니겠는가.
허니 쉬는 맘은 어디 있고, 이는 맘은 어디서 오는가.
선사는 말씀 하셨지.
망상이 일고 일어 큰 의심이 되고 그 의심을 願으로 삼으면 화두라고...
그러고 보면
도인들도 망상을 잠재울 길 없어 화두라는 명분 잡아 가면 쓰고 숨었구나.
허나 시정 속 중생 소견으로 그 망상은 반쪽짜리 망상이라 여겨지는 바
허면 선사의 오도송을 나는 수지 독송해도 그 道 분명 나와 상관없으리.
그렇거늘.
들끓는 만 가지 망상 나는 버겁다고 엄살할 일 아니지.
실로 분명하게 모아지지 않는 망상에서 분출될 에너지는 없는데
공연히 몸과 맘만 부질없는 동선 그리며 산란하구나.
결국 한 생각 삼키지도 토하지도 못하고 행록 없이 사는 내가
끝내는 어리석을 뿐이다.
되었네.
투명한 하늘에 구름 모이더니 세상이 검어지고,
검어 지니 비가 내린다.
잡다한 소리 끊기고,
대지와 식물이 물 받아 마시는 소리만 요란하다.
그래, 지금은 이것뿐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