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안에 담아 두고 살아 좋을 일이 무엇일까 죽음이 눈앞임을 보고 나니 참으로 허망한 맘 가눌 길 없다. 단아하게 해맑은 웃음이 늘 인상 깊었던 도반이 먼 길 갔단다. 눈에 띄게 바지런하고 누구에게나 정스럽게 고운 사람이더니 저 갈 길 바쁜 줄 이미 알았던 게다. 그럼 진작 일러나 줄 일이지. 참으로 야속한 사람이다. 하루아침에 유정이 무정 되어 영정으로 앉을 줄 나는 짐작도 못했는데... 그렇구나. 사람이 죽음을 짐작 못하면 그게 미련한 거지.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말 뒤집으면 하루하루 죽어 간다는 말이란 걸 무엇이 두려워 인정도 못하고 확신 없이 게으르게 사는지 몰라. 오늘도 나 산 거 되짚어 보면 역시 수많은 번뇌로 들끓다 말았고, 가지가지 탐욕에 휘둘리다 말았다.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맘 안에 잔뜩 뭔가 묶어두고 잡아 두고 실로 부질없을 일에 괜한 시간과 힘만 소진하며 사는 셈이다. 그런가 보다. 사람이 사는데 어느 만큼이 뭐 그리 중요 하겠는가 그 보다는 무엇을 어떻게가 중하지 않겠나 지금 이 순간 이 시각이 후회 없다면 죽음에 무슨 망설임이 필요 하겠는가 이 말이 산 자의 오만과 교만이라 해도 지금은 그런 맘이고 싶다. 오늘 영가처럼 모두가 아쉬울 만큼 못다 핀 꽃으로 지고 말았어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이익 되는 삶으로 일관하며 집중했던 그의 여정을 내겐 그대로 슬픔보다는 깨달음으로 남기고 싶다. 그러게나. 인정하긴 싫지만 어쩌면 벌써 내 나이 그런 나이가 되었나 보다 삶이 부러운 만큼 죽음이 부러운 나이 잘 산 것만큼이나 잘 죽는 것을 동경하게 되는 나이 맑은 정신으로 살다 맑은 정신으로 갈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맘 죽은 사람 앞에 놓고 너는 이제 힐 일 다 해 홀가분하겠구나. 그런 맘이 앞서 드는 나이... 그렇다. 만감이 교차한다. 동연배가 유명을 달리 했다는 데 어찌 미동이 없을 수 있겠나 더구나 지지난 겨울 나와 똑같은 증세로 갔다는데-급성 폐렴 生과 死가 참으로 한 乎吸之間인 것을 절실히 알겠다. 그러니 ‘내 몫으로 주어 진 삶 어찌 살다 언제 어떻게 갈거나’ 인간사 유일의 화두인 것을 나는 이래서 부정 못하겠다. “부지런히 먼저 세상 일 끝내고 간 지기여, 극락 정토 이르거든 성불하고 기다리시게. 도반들 다시 만나는데 뭐 그리 오랜 시간이야 걸리겠는가 세간사 세월이 쏜 살인데... 나도 여기 내 몫 끝내는 날 미련 없이 감세.“ 이 밤 이렇게 하얗게 밝아 가는데 술 한 잔 더불어 뜬 눈이고 만다. 살아 있는 동안 그저 열심히 사랑이나 하다 가야지 하면서... |
5.26. 토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