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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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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유서


BY 土心 2003-10-17

오늘 중2 아들 놈 학교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반 교실에 들어갔는데, 뒷편 게시판에

'우리들의 유서'하는 코너가 보입디다.

호기심 발동... 이 것 봐라...

어느 선생이 저런 짓궂은 글쓰기를 시켰는고?

여건이 허락지 않아 세세히 읽을 수는 없었으나,

대충 눈에 들어 오는 대로 훑어 보니...

그야말로 유서 인지라..'.나 죽으면 어쩌구 저쩌구...'

'내 물건 중 이건 누구 주고..저건 누구 주고...'

어떤 녀석은 기특하게도 '남겨 놓은 내 물건

불쌍한 사람 나눠 주면 좋겠다.' 이런 유언도 했습디다.

또 어떤 녀석은 아주 간단 명료하게

'나 죽으면 제발 엄마 아버지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잘 사세요.'

그 집 부몬 아마도 평소에 징글맞게 싸우고 사나 보다 싶어 웃음도 나더이다. 

근데 그 중 보기 드물게 또박 또박 정성껏 쓴 글씨가 돋보여

유심히 보니, 첫 머리 시작이

'내가 13년 살아 오는 동안 즐겁고 슬프고 어렵고 행복한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며 살았는데 .....

이제 떠나려 하니 먼저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메어 옵니다....'

야, 이 녀석은 겨우 13년 살고도 

인생의 맛과 도리를  아는 구나 ... 놀라웠고.

그리고 하나 더 맘이 머문 유서 내용인 즉

'사는 동안 좋은 일도 있었고,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이왕 죽는 거 좋은 일만 기억하며 갈래요'

야, 기막히다... 감탄을 머금을 수가 없었습니다.

..............

 

아이들 천방지축이 얼마나 도가 지나쳤으면

유서 쓰란 깜찍한(?) 아이디어를 다 내셨을까

죽음이란 숙연한 명제를 던져 주고는

이래도 너희들 까불래?

이거 였겠지요. 화두 던지신 겁니다.

헌데, 그 천방지축 13세 미소년들 가슴속에 저렇게

철학이 있고, 분별력이 있고, 진지함이 있다는 사실이

저에겐 새로운 발견이기도 했답니다.

 

그래, 나도  오늘 유서 한 번 써 봐야지.

맘이 동했답니다.

이 글 마치고 나서  유서 한 장 쓸랍니다.

회한과, 아쉬움과 후회와 ...뭐 이런 통한이

한 순간 밀물이 되고 해일이 되어

지난 내 인생 다 덮쳐 버릴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오늘이 나 사는 마지막 날이구나'

이 거 하나 잡으면 오늘을 어찌 살아야 하는지

해답도 보일테지요.

오늘이 마지막인 것 처럼....

다시 살 수 없을 하나 뿐인 날 인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