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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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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키..


BY 초록정원 2003-10-13



 

반짝이는 빨간색 마녀
 

원태연 지음

"일곱 색깔을 다 가지면 어떨까?

머리카락은 파란 색, 눈썹은 초록색, 눈동자는......

머리색깔에 맞춰서 파란색.

입술은 빨간색. 반짝이는 조개가루를 많이 섞은......

손톱은...... 보라색.

섹시하겠다 빨리 해 봐야지

"

 

그래서 난 키키를 반짝이는 빨간색 키키라고 불렀다.

어디서도 배운 적이 없다는 마술로 스프를 끓여

늘 실수 투성이인 채로 나타나는 키키.

이번에는 색깔의 요정을 부르겠다고

마술의 스프를 만들더니,

보글보글 스프에서 끓고있던

반짝이는 빨간색 조개가루를 잔뜩 뒤집어써

반짝이는 빨간색이 되어버린 키키.

난 그녀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

많이, 아주 많이......

"그럼 이렇게 바라보는 건 어때요......?

내 눈이 반짝이고 있나요......?

내 눈에 보이는 당신은 반짝이고 있는데......

뭐가 그렇게 어렵지요......?당신도 나처럼

나를 그냥 좀 사랑해 주면 안되나요......?

가끔씩 난 나에게 묻는다.

난 키키를 얼마만큼 사랑하는 사람이냐고......

언제부터인지 왜인지 난 하루 모두를

키키에 대한 생각들로 보낸다. 너무나도 당연히......

어느날은 키키의 생각으로 머리까지 아프니까.

누군가 사랑하는 마음에는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따지고보면 조금의 이유는 있지 않을까?

가령 목소리라든가, 눈동자라든가......

어느 한부분 정도는 특별히 사랑스러운,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키키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다.

많이, 아주 많이......

 

"꽃들에게 물어보세요.

왜 거기에 피어 있냐고

누굴위해 예뻐지려는 거냐고.

이렇게 대답할 걸요, 아마

「몰라요」

아무래도 당신은 생각이 너무 많아요.

안 되겠어요. 무슨 수를 내야지.

당신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키키의 웃는 입술이고,

제일 두려운 건 그녀의 무표정이다.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는

북극의 빙하처럼 차가운 그녀의 무표정 앞에서

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많은 생각 중 유독 크게 떠오르는 생각은

혹시 내가 지금 노예같은 사랑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래도 난 키키를 늘 사랑하고 있다.

많이, 아주 많이......

 

"알에서 깨어난 오리는 열두 시간에서 열일곱 시간이

제일 민감한 시기래요.

오리는 그 시기에 본 것을 평생 잊지 않게 되는데,

그것을 각인현상이라고 한대요."

당신은 오리는 아니지만,

오리처럼 단순해질 필요가 충분히 있는 사람이예요.

자, 여기 빨간색 약과 파란색 약이 있어요.

이제부터 나는 파란색 약을 먹고,

흐르는 물처럼 천천히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당신이 늘 원했던 대로

당신은 빨간색 약을 먹어야 해요.

타오르는 불길 같은 정열적인 사랑......

내가 늘 당신에게 바라던 대로

당신은 많이, 아주 많이

나를 사랑하고 있어야 해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나는 키키를 사랑한다.

많이, 아주 많이......

흐르는 강물처럼 천천히 나를 떠나갔던......"

 

반짝이는 빨간색 마녀

 

키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