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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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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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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BY 초록정원 2003-10-09

      

 

      집에 도착한 큰시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잘 도착했냐.. 길이 많이 밀리더냐.. 물어봤더니..
      밥 해 주느라 수고했어.. 진심어린 고마움이 전해져 온다.
      
      그런 소리 할라문 이제 아무도 오지마라?? 
      하며 너스레를 떠는데,
      추석날 저녁부터 우르르 몰려온 시누이들 덕분에
      엄마 성묘도 못간 속상함이 사르르 녹아 내린다.

      근데 있쟎아.. 자기는 어떻게 그렇게 내 맘을 모르냐??
      내가 자기네들이랑 같이 있을 때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것도 눈치 못챘냐??
      서방 꼴보기 싫으면 시집식구들 생각해서 사는 것도 모르냐?? 깔깔~~

      굳이 따진다면야 물론 남편이 좋아서 겁없이 덜컹 한 결혼이고
      그와 이세상 하나 뿐인 연이 닿아서 한 결혼이지마는..
      알콩달콩한 신혼의 잔 재미도 모르고 시집 식구들과 더불어 시작했고
      늘 더불어 살아온 덕분에,
      결혼 생활 20년에 가장 나를 힘들게 한 것도 이집 가족들이고
      그러면서도 내가 제자리 지키도록 가장 사명감을 북돋워줬던 것도
      이집 가족들이다.   
      모두 다 함께 모였을 때의 역할에 대한 확인과 일체감이
      이상적으로 더불어 사는 데에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므로.

      남편과 아이들과 시집 사람들..
      이젠 그 모두가 하나도 빠짐없이 제자리에 있어야 온전한,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그만큼의 내 눈물과 노동과 세월이
      그들 속에 오롯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모든 사람들과 일들을 챙기며 사는 일은 참 힘든 일이지만,
      그래서 나..
      때론 철없는 몽상속에 헤매이기도하고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다가,
      어느샌가 용케도 다시 제자리에 서 있을 수 있음.

      이만하면 참 다행스럽게도 잘 선택한 삶의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밤이다.
      내일이면 또 힘들고 지겨워 죽겠네.. 어쩌네.. 내 팔자야.. 하며
      누군가에게 푸념을 잔뜩 늘어 놓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후훗..

 

      

      炅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