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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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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BY 마음그리기 2003-10-28

며칠전 딸아이가 권장도서라며 책 한권을 가져왔다.

그 나이쯤엔 누구나 한번은 읽었을 책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

그림과 함께 수록되어 짤막한 글들은 금세 읽어졌고

딸아이는 독후감을 써서 내게 보여줬다.

"엄마, 참 슬픈 이야기지요."

"그래,사람이라면 그러기가 쉽지 않을건데....

그런데 엄마한테는 그 나무같은 사람이 가까이있단다."

 

그렇다...

나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주 오래전부터 늘 내 뒤에 버티고 서있다.

언제나 여전히... 언제든 내어줄 량으로

그렇게 든든한 자태로 서있다.

 

어렵고 힘들기만 했던 시절

하늘이 내린 맏이라서 였을까...

언니는 늘 학교 공부에...가정꾸리기에

좌절할 틈도 가질수없을 만큼 빠듯하게 살았다.

늘 사고만 치고다니던 남동생과

철없이 어리기만 하던 막내여동생을 돌보면서

공부도 항상 톱을 차지하고

문학에 음악에 다재다능했던 언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둔 탓에

일찌기  가장역할을 떠맡아야만 했던 언니.

그런 언니에게 내가 해줄수있었던 건

비오는날 학교에 우산을 전해주러 가는 일이나

밤늦도록 야간학습을 하는 언니에게

따뜻한 저녁밥을 나르는 게 고작이었다.

 

도시락 나르는 일은 하루도 거를수없는 일이었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즐거운 일이기도했다.

 

인물이며 실력이며 하나 빠지지않는 언니이기에

교문을 들어서는 내가 얼마나 우쭐했던지.....

게다가 어떤날에는

교련복을 입은 언니가  팔에는 흰 완장을 두르고

허리엔 연대장 칼을 차고

운동장을 보무도 당당하게 행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 가슴이 금방 터질듯 뿌듯하기도했다.

 

언니는 내게 부모대신이었고

우상이기도했다.

편도선을 자주앓던 내게 약을 지어서 교실까지 가져다주기도하고

없는 형편이지만 내게 필요한 것이라면

알아서 챙겨주는 자상한 언니였다.

이제 갓 중학생이 된 나를 데리고

300원짜리 엘피판을 고르러 다니던 언니,

그런 언니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문학에 음악에 눈을뜨게 되었다.

 

요즘처럼 풍요롭고 좋은 세상에 나왔더라면

아마 여자대통령이라도 해먹을만틈 능력있는 언니라서

안타까운마음에 그눔의 세월탓만 하게된다.

 

어려서는 5년이라는 나이차가 크게 느껴져서였는지

언니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친구처럼 편했다가

어떤때는 또 여동생처럼 철딱서니(?)같이 보였다한다.

 

올초 친정엄마가 세상을 뜨시면서

우리 자매는 부쩍 대화를 많이하게 되고

서로 의지하게 되는거같다.

학교졸업후로 사회활동만 해온 언니는

집안살이며, 세상물정에 순진할만큼 서투른 면이 많다.

"얘, 무통장입금은 어떻게 하니?"

그녀의 입에선 그런 무식한(^^)질문도 서슴없이 나올 정도니까.....

 

요즘은 엄마의 빈자리가 무척이나 컸을 언니다.

늘 살림을 도맡아온 엄마가 안계시다보니

언니가 집안팍으로 분주할것은 불을보듯 한 일이고

혼자 김치를 담는 모습을 상상하면

우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가까우면 내친김에 달려가서 내가 담아줄텐데.

"배추가 짜다~~~~"

"새우젓을 어디서 사야하니. 동네 마트서 사도 될까?"

이제야 뒤늦게 주부의 길을 들어선 언니는

뭐하나 일을 저지르려면 두세번 내게 전화를 해댄다.

그래도 엄마에게 내가 잘 전수받은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더니 이젠 내가 언니에겐 엄마가 되어가고있다.

 

 오빠가 중년이 되어서도 언니를 힘들게해서

옆에서 보는 나도 안타깝고 답답하고

때론.....콱~~~~!  패불고싶다.

자매는 둘이서 열불을 토하며 죽일놈 살릴놈해댄다.

그러다가도 마지막엔 어떻게든 해주려고 머리를 짠다.

핏줄은 정말 어쩔수가 없는가보다.

아무리 미운짓을해도 내 형제가 힘들어하는 꼴은 그냥 두고 볼 수가없으니.

"언니야, 언니가 전생에 꼭 지금 오빠같은 사람이었는 갑다."

"맞어맞어..."

우린 또 그렇게 위로를 하고 킥킥댄다.

이왕 겪어야할 일이고 어차피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면

맘편하게 순응하자고.....

 

내가 결혼을 할때도 친정부모 몫을 도맡아

바리바리 싸서 남들 하는만큼 해주던 언니는

지금도 걸핏하믄 뭐든 챙겨주려 애를 쓴다.

 

여전히 나는 언니에게 줄것은 별로 없지만

적어도 내가 언니에게 짐이 되지않는거 하나만으로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하다.

언니가 아직도 누군가에게 베풀수있는 능력과 여유를 갖게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우리 형제의 욕심없음을 또 감사드린다.

당장 로또복권이 맞더라도

틀림없이 우린 아낌없이 서로에게 내어줄 것임에.....

 

늘 우리에게 나누어주려 살피는 언니

그 수고를 내가 덜어줄만큼 잘살았으면 좋겠고

더 바란다면

오빠가 우리 도움없이도 스스로 잘 살아주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쪼금은 걱정이 된다.

엄마가 늘 말씀하시길

"내가 죽어야 느그 오빠 철들것이다."하셨는데

우리 자매 늙어죽으면 오빠가 잘살라나...........?

 

이제는 언니도 고목이 되어가는데

더는 가지잘라 내어줄 일이 생기지 말았으면...

그저 언니의 편안한 그늘 밑에서

더위도 추위도 피해가면서 건강하게 살고싶은데

오빠야....철좀 들어라.

성질나믄 니 관 짜불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