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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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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차이?


BY 마가렛 2021-08-13

나 이제 내가 되었네.
여러 곳을 방황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네.
이리저리 흔들리고 녹아 없어져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하고 있었네.
.
.
.
나 이제 고요히 여기에 서 있네.
지금 이 순간 나 온전히 나자신으로 살아가네.
아무 흔들림 없이,
무엇엔가 쫓기던 나,
미친 듯이 달리던 나,
고요히 서 있네.
작가 메이 사튼의 시 <나 이제 내가 되었네.>

조용한 시간에 내마음을 울려주는 시가 있어서 옮겨 보았다.


남편친구 중에서 요리와 집안 일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가끔 우리부부와 여행을 하면 우리 여자들은 할 일이 별로 없다.
새벽형인 친구는 우리가 일어나면 누렁각시처럼 아침 준비를 해놓고 아침산책을 하는 사람이다.
남편은 미안한지 커피를 내려주고 우리 여자둘은 무언가 도와주려고 하면 그냥 앉아 있으란다.
어쩌다 삼겹살 파티를 해도 손빠르게 야채를 깨끗하게  씻어 놓고,
고기를 맛있게 잘 구워서 우리쪽으로 갖다주기 바쁘다.
우리가 한다고 해도 본인이 즐거워서 하니 일도 신경쓰지 말란다.
집에서도 음식물쓰레기까지 버리고 가끔 오버해서 새로 산 그릇까지
재활용하는 날에 내놓는 다던데....ㅎ


엄마와 동생이 모인 자리에서 남편들이 와이프를 얼마나 도와주나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형부는 주말에 설겆이와 화장실 청소를 종종 해 준다고 말했다.
동생이 부러워서, 형부가 언니를 많이 도와 준다고 제부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제부도 이젠 설거지를 도와줘서 좋고 아들도 아빠가 하는 모습을 보고 어설프게 설거지를 하려고 한단다.

이야기를 하면서 남편친구 이야기를 들려주니 엄마의 표정이 심상치 않으시더니
"너희는 절대로 남편에게 음식물쓰레기는 버리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동생과 내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동시에 엄마를 쳐다보니
엄마는 아침 산책을 할 때 출근 길에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남자들이
눈에 종종 보인다며 그 모습을 볼 때면 참 안됐다는 생각에 혀를 차신단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엄마는...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셔요?"
하고 물으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시며 올케에게도 우리에게 한 말을
똑같이 하셨단다.
나와 동생이 요즘같은 바쁜 세상에 음식물을 누가 버리면 어떠냐, 서로 돕고 사는게
얼마나 보기 좋으냐 하며 설득을 해도 전혀 흔들림 없이
음식물쓰레기 담당은 여자란다.

아! 우리엄마도 옛사람이 틀림없구나.
당신이 한번 맞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끝까지 주장하시고 꺽지 않으시구나.

우스개 소리로,
장모가 
사위가 요리하면 빙그레 웃고
아들이 요리하면 찡그린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엄마는 변치않는 마음으로 딸이건 며느리건 음식물쓰레기 담당은
무조건 여자라니......

혹시 나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없을까?
아들세대가 보기에 엄마의 옹고집이 있는지 오늘 한번 물어봐야겠다.


세대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