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 온수기위에 있는 물통에 초록색 이끼가 꼈는지 시퍼렇다. 물을 바꿔 먹어야 할지 마음이 찜찜하다. 냉 온수기가 있으면 물만 사 먹으면 될텐데 소위 메이커 물들은 기계를 빌려주지 않고 사서 물을 받아 먹으라고 한다. 비 메이커도 기계를 빌리는 조건으로 한달에 4통이상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저 하는 소리겠거니 했다. 이끼가 낀다고 말을하니 물을 많이 먹지 않아서 어차피 기계를 뺄려고 했다면서 물통을 가져간다. 졸지에 냉온수기를 뺐겼으니 많이 먹지 않는다해도 보통 불편이 아니다. 기다리는 손님이 알아서 커피나 녹차를 먹기도 하면서 굳이 내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데 이건 일하다 커피포트에 물 끓여서 주기가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빨리 하나 사야하기는 하는데 이 참에 쌈박한 새것을 사야 하는지 아니면 저렴한 중고를 사야 하는지 처음으로 인터넷쇼핑에 도전해봤으나 머리만 어지럽고 도저히 쇼핑은 나의 적성이 아님을 확인만 했다. 이러한 나의 사정을 소상히 들은 자고 일어나서 밥 먹는 시간만 빼고 쇼핑 삼매경에 빠져 있는 지인이 자기가 알아서 싸고 좋은 중고를 찾아 주겠노라 한지 벌써 사나흘이 지났다. 드디어 연락이 왔다. 교회에서 계속 쓰던것을 단돈 2만원에 판다고 한다. 교인이 정수기를 기증해서 싼 가격에 내놔봤다고 해서 그럼 그걸로 낙찰하자 의기 투합했다. 싸게 파니 택배비는 부담해야한다는말에 흔쾌히 응했다. 까짓 비싸봤자 육칠천원하겠지 하던 택배비가 막상 오니 만 오천원이라고 한다. 이런걸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하는지. 포장은 어찌나 단단히 했는지 한참을 뜯고 보니 자태가 삼삼하다. 잠시후에 전화가 와서 잘 받았는지. 보내기전에 식초를 물에 타서 한참씩 흘러내려받았다며 따로 소독은 안 하셔도 되겠지만 쓰던것이라 생각되면 다시 청소 하시면 될것이라면서 참! 꼭지에서 가끔씩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냥 썼는데 신경 쓰이시면 꼭지를 바꿔서 쓰라는 친절한 전화를 끝내고 풀무원 물을 한통 주문했다. 며칠 잘 넘어가다가 아침에 출근해보니 물이 흥건하다. 밤새 한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넘쳐흐른것이다. 사먹는 물이 나도 모르는새 빠져나가는 꼴을보니 혈압상승이다. 이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갈수록 물은 더 샐텐데 특단의 조치로 냉온수기 회사로 꼭지 주문을 했더니 꼭지 한개에 만 오천원이라고 한다. 옴마야~ 기절 초풍할 노릇이지 이만원짜리 몸통에 삼만원 짜리 꼭지라니... 시외전화임에도 많은 시간을 들여 이만원에 합의 봤다. 며칠후 소포로 받은 꼭지가 과연 맞을런지 내심 조심조심 돌려 맞춰보니 안성 맞춤 이쁘게 잘 맞는다. 그런데 이게 합이 얼마야? 몸통 이만원에 택배비 만 오천원 꼭지가 이만원.. 생각보다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싼것이야~ 어때요? 우리 집 냉 온수기 깔쌈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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