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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층 할머니가 아주 오랬만에 오셨다. 여름이 끝갈 무렵부터 보이지 않으셨었는데 그때 시골에 가셨다가 갈비뼈를 다치는 큰 사고가 나서 한 두어달을 병원에 계셧다면서 그간 별고 없엇느냐고 물으시며 늘 당신이 앉던 의자 끝자리에 살포시 앉으신다.
들어오실 때 묵직해 보이는 검은 비니루 봉다리를 갖고 들어오셧다. 끈있는 곳을 배배 꼬아서 손가락이 빨갛게 피가 몰려 있다. "아고~ 할머니 우째 그리 오래간만이래요?"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정말 반가웠다.
할머니는 자분자분하게 당신이 갈비뼈 다친 이야기며 병원생활 이야기며를 당신 성격대로 조용 조용히 이야기를 하면서도 손은 여전히 검은 봉다리를 배배 꼬고 계셨다.
"근데 할머니 이건 뭐예요?" 아무래도 날 주려고 가지고 온것 같기는 한데 주시지를 않으니 선수를 쳐본다.
"이거 단감인데 먹으라고..." 아이고 저 단감 , 말랑감 가릴것 없이무지 좋아하는데요." 봉지를 받아서 조만큼 밀어놓고 커피한잔을 타드리니 홀짝홀짝 드시고는 올라가신다며 자리를 떴다.
안그래도 출출 하던차에 감을 주셨으니 입에 침이 오른다. 과도와 쟁반을 준비하고 옆 집 언니까지 불러다가 감을 먹으려고 비니루 봉다리를 끌러보니 그 안에서 나온 감이 어안이 벙벙하다.
마치 전쟁터에서 부상당해 돌아온 일등병마냥 푸루딩딩한것이 붉은기는 하나도 없고, 흙 구덩이에서 굴럿는지 온 몸에는 상처 투성이다.
늘 붉은 등불아래 잘 진열된 과일만 보다가 할머니가 직접 딴 감을 보니 초라하기가 그지 없다. 크기도 조막만한것들이 꼭 흥부네 새끼들마냥 올망졸망하다.
준비한 과도를 도로 제 자리에 갖다 놓으며 다시 봉다리를 잡아 매서 선반 위로 올려 놓았다.
아마 며칠 지나면 한 입 베어먹을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머뭇거리는 할머니 손길위로 따신 햇살이 내리 쬐어 푸른 감이 빨리 익었으면 좋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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