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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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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비는 확실히 챙긴거지? (이야기24 )


BY 명자나무 2004-05-08

엊그제 저녁 손님은 온데간데 없고 혼자서 테레비만 빵구 나도록 쳐다보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옆집 형님이 비틀거리며 들어와 털썩 앉는다.
"형님 한잔 거나하게 하셨네"하며 냉장고에서 야구르트 하나를 까서 주니 한 입에 털어 넣으신후에,"아이고~순심아.."하며 대성 통곡을 하신다.

"아니 순심이가 어떻게 됐어요?"하니 무조건 불쌍한 순심이.하고 꺼이꺼이 울으시며 휴지를 둘둘 말아 코도 팽!하니 풀으시고 간간이 찬물도 마셔가며 한바탕 소란이다.

목에 걸린 핸드폰에서 순심이 전화번호로 전화걸어 엄마 술 취했으니 모셔가라고 한뒤에 무슨 술을 그리 많이드셨냐고 물으니 속이 폭폭해서 많이 먹었다고 하신다.

속 폭폭한 사정이야 니가 알고 내가 아는일이지만 달리 해결방법이 없으니 워쪈디야.

형님은 친구한테 권리금을 조금 주고 식당겸 술집겸 할려고 이름도 "실내 포장마차"라고 붙이고 가게를 인수했다.먼저했던 친구는 상술도 좋거니와 카리스마가 넘쳐서 그 동네 또래 형님들이 감히 다른곳에서 술이나 밥은 먹고 오지도 못할정도여서 늘 사람이 북적거리고 넘쳤다고 한다

이 형님은 도토리 묵마냥 물렁하고 물컹하니 같은 장소에서 하는데도 평일 날에는 개미새끼 한마리 얼씬도 하지 않다가 자신이 들은 곗날에만 밥을 파는데 그 계꾼들은 열두시에 모이면 저녁 여덟시에 파한다. 상자락에는 소주 몇명이 있고 얘기가 끝이 없으니 일반 손님들이 올리가 없다.


벼룩시장에다 권리금 사백이라고 광고를 냈지만 전화만 연신오고  보러오는 사람도 없다. 더러 와도 그 권리금 사백에서 백 오십을 깍자고 하기도 하고 이백을 깍자고 하니 칠백 주고 들어와 서너달 만에 오백이 깍이니 이 형님 쉽게 포기가 안 되는거 같다.


형님이 시장 가신다며 핸드폰하고 열쇠를 주면서 혹시 나 없더라도 가게 보러오면 자네가 좀 보여주게 하시며 나가신다. 나가자마자 젊은 여자가 종이쪽지를 손에 들고 가게 앞에서 왔다 갔다 한다.
옳다구나!
가게 보러 왔어요?
열쇠를 가져다 문을 열어 보여준뒤 미장원으로 와서 커피 한잔 따듯이 타준후에 이 얘기 저얘가 들어본다.

곱창집을 하려고 벼룩시장에 난 싼 가게들은 모두 적어서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라며 가게세는 싼데 권리금이 조금 ..하며 말끝을 흐린다.

권리금 사백 놓고 비싸다고 말은 못하겠지만 없으면 좋은게 권리금 아닌가,

미장원 아줌마 !
이때부터 뚜쟁이로 나섰다. 내 집은 아니지만 권리금 이백만원에 깍아주라고 할께 계약하라고 적당히 권해본다.

그 말에 솔깃하니 넘어오면서 정말 그렇게 해줄 자신 있냐고 만약 그러면 계약하겠다며 신신당부하면서 내일 다시 오겠다고 신나서 갔다.

사실 말인데 옆집 형님은 진작부터 이백이라도 빨리 나갔으면 하셨었다. 안되는 가게 지키고 있느니 하루라도 빨리 설겆이라도 나가서 알지게 월급받는데 훨신 수월타는 말을 입에다 붙이고 다녔었다.

시장 다녀오신 형님한테 그 말을 하니 내일이라도 얼른 계약하러 오면 좋겠다며 만약 되면 맛있는거 사준다고 하신다. 벼룩이 간을 내어먹지 무슨 맛난거..

다음날 그 젊은 댁이 와서 계약은 안하고 가게 앞에서 왔다갔다하니  우리 형님 애가 탄다. 불러서 오늘 계약 하려고? 하니
아니요..웃 동네도 보고 저쪽 동네도 보고 사람이 많이 다니나 안다니나도 보고

하이고, 볼것도 많다.사람 많이 다니고 길목 좋은데면 집세도 많이 주고 권리금도 많이 줘야지 권리금 이백짜리 가게가 서울하늘 아래 있는것만도 신기하다

조금 한적해도 당신이 할 나름 아닐까?

에고고.. 내가 이러다 저이가 가게 인수해서 안되면 무슨 덤태기를 쓸려고 이러는지,

어쨌든 이 한마디에 "맞아요! 언니말이 생각해보니 맞네요"그러며 냉큼 들어와 계약하겠단다.

발을 빼야지...
여긴 유동인구 그리 많지 않아,
어두워지면 더 없어,
그리고 동네 장사라 힘들어,
또 뺄거 없나?

그래도 자기가 열심히 하면 된단다. 그리 큰 돈 안 벌어도 되고 밥만 먹으면 되는데  밥은 조금씩만 먹으면 된다니 그럼 다행이지.

그리 해서 눈물의 가게는 주인이 바뀌고,다음날 젊은댁이 가게 하기 전에 머리해야 한다면서 "언니 파마 해주세요"한다 .내심 속으로는 이것이 복비인가?


다음 날은 주일이다. 군에 간 아들 녀석이 외출나오는데 맛잇는거 먹고 싶다고 해서  냉면 먹으러 갈려고 막 문을 잠그는데 형님 딸 순심이가 어디가세요? 머리하려는데..저 길고 탐스런 머리,
매직이면 흠....
메니큐어 또 흠...
여기서 흠..은 돈 계산하는 소리다.

멀리 나가서 바람쏘이며 밥 먹자는 계획은 삼풍백화점 무너지듯이  무산되고 가까운데서 후다닥 먹인 후에 군인은 들여보내고 순심이 불러서 돈 벌었다.

그러니까 ,두루두루 형님 고민 해결해서 좋고 젊은 댁 희망에 부풀어서 좋고  미장원 댁 퉤!퉤! 돈 세니까 좋고

그나저나 형님이 사 주신다던 맛난 밥은 어떻게 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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