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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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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 여사 (미용실 이야기 23 )


BY 명자나무 2004-05-07



어려서부터 담배 어지간히 꼬실라댔게다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목소리는 탁하고 걸쭉했다.
왼쪽 팔목에는 팔찌가 쌍으로 두개나 달려 있어서 삐까 번쩍하고 오른쪽 팔목에는 금 시계가 처억 하니 걸쳐 있어서
은근히 나이가 들어 보이는데 큰 역활을 담당하고 있다.
얼굴과 몸은 금방 물에서 건져 올린 뜨끈한 두부처럼 물컹하니 두리뭉실하다.


어제는 친구가 사다줬다며 금빛 가발을 쓰고 나왔다.
자신의 이마가 좁아서 앞머리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가발 앞 머리를 자기 맘대로 자르고 드라이 까지 했으나
차라리 그냥 사가지고 온대로 썼으면 이상스럽지는 않았으련만, 가발 표시만 더욱 크게 나서 쓰고 다니니 우스꽝 스럽기만하다.


친구따라 병원 갔다가 우연찮게 암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날로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셔대던
술은 칼로 무 베듯이 싹뚝 끊을수 있었지만
담배 끊기는 하루에도 결심을 몇 번씩 해도 못 끊어서
수술실 들어가기 10분 전에도 마지막이라며
두대를 한꺼번에 쪽쪽 빨고는
그 다음부터 담배도 끊었다며 세상 살맛이 없다며
한숨을 내리쉬고 들이쉬고 난리다.


항암 치료를 6차까지 받는다면서 한번 받을때마다
며칠씩 병원에서 살다가 온다.
병원가면  암 환자가  어찌 그리도 많은지
병실이 없어서 입원을 할수 없을 정도란 말을 듣고 보니
은근슬쩍 겁이 나기도 한다.

아이들서부터 노인들까지 나이를 가리지 않고 환자들이 늘어난다면서 마치 보사부 장관처럼 이 나라 의료계를 걱정하고 있다.

치료비는 어떻게 했느냐고 물어보니 본인 자신은 술 먹고 돌아다니느라 신경도 못 썼는데 그나마 남편이 암 보험을 하나 들어둔것이 효자 노릇했다면서 이럴줄 알았으면 몇개 더 들어놓을걸 .. 입맛만 쩍쩍 다신다.

2000천만원 타서 그 돈으로 수술하고 치료 받았는데
만약 재발한다면 돈 없어서 치료도 못 받고 죽을 판이라며
보험을 하나 밖에 들지않은걸 영판 아쉬워 한다.

그 친구들은 이번 회춘이 일로 모두 놀랬는지 자청해서
보험 아줌마를 불러다가 암보험, 종신보험, 건강보험,
종류대로 입맛대로 골라서 계약들을 한다.
갑자기 불려온 보험아줌마는 어젯밤에 꿈을 잘꾸었는지
입이 한자나 벌어져서 이사람 저사람 계약서 받느라고 분주하다.

옛날에는 친분이나 안면 때문에 거절 못하고
보험을 들었다가는 제대로 유지 못해서 해약을 하고나면
어찌나 많은 손해를 보는지 보험의 보 자만 들어도
손사래를 치곤 해서 지금도 제대로 된 보험 하나 없으니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남의 집 보험 드는데 내 집일 보다 더 열심히
귀를 쫑끗 세우고 들어본다.

그나저나 이름이 "회춘"이니 건강도 젊음도 되돌려서
얼른얼른 병도 났고 다 빠져버린 머리카락도 빨리 자라나서
미용실 매상에 도움이나 됐으면 좋으련만,
아직도 빤찔 거리는 머리통을 바라 보고 있자니
저걸 언제 키워서 파마나 염색해주고
시퍼런 배추잎을 받을수 있으려는지...
그래야 보험이라도 하나 들을텐데


오늘도 회춘이는 박박 머리에 모자를 덮어쓰고는
병원얘기로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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