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구~ 한달이면 거의 풀리기도 하겠구만서두..."
마음 속은 소금을 한주먹 줏어 먹은것마냥 쓰디쓰지만
입은 헤벌쭉 양쪽귀에다 억지로 끌어당겨 걸었다.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그 엄마가 길 건너에서 서성이는 것이었다.
"제발 ~ 프리즈..."
아침에 개시도 않했는데 첫 손님으로 오지말고
점심이나 먹고 오라고 마음속으로 빌었건만
요즘 필이 안 받는지 성큼성큼 길은 건너서 온다.
하는수 없이 두 얼굴의 여자가 되어서
만면에 웃음을 환하게 띄우고 어서오라고 반갑게 맞이한다 .
어차피 물은 엎질러진것,
마음을접고 오늘 하루 잘 넘어가기를 기도하며
가운을 입혀 의자에 앉혔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법.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마지막 과정인 중화제를 바르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소리 따라서 흥얼흥얼 콧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손님의 지갑은 거울 앞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커피병에 커피를 가득 채우고 프림도 채워넣고
설탕봉지를 한손에 들고 나머지 손에는 설탕통을 들고 막 부으려는 순간에 "어멋나.." 하는 비명소리에
들고있던 설탕통을 놓칠뻔했다.
콧 구멍만한 가게에
사람은 둘이나 있었는데도 간 큰 도둑놈이
순식간에 문열고 들어와서 손님 코앞에 있는
지갑을 훔쳐서 문열고 나간것이
"휙~" 하고 지나가는 일순간의 소리 로 끝났다
"도...도도 도둑이야"
"도둑이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샌가
한 손에는 설탕봉지를 들고, 또 다른 손에는 설탕통을 들고
차가 다니는 대로변을 냅다 뛰고 있다.
뒤로는 보라색 파마 가운을 입고 머리에는 중화제를 바르고
어깨에는 빨간 수건을 둘러 쓴 손님이 더 큰 목소리로
"도둑 잡아라~' 하고 외치며 뛰고 있다.
도둑놈은 다리 짧은 우리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벌써 저만큼 달아나면서 뒤를 힐끔 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도둑이라고 소리를 지르면
누군가 나와서 발이라도 걸어주면
잡을수 있을것 같던 생각도 잠시였다.
조금 뛰다 보니 불길한 생각이
문둑 들면서 팔에 "으스스" 소름이 돋았다.
이미 도둑놈은 뒷 모습만 가물 가물하다.
뛰던 발을 멈추고 숨을 고르면 보니
무지하게 많이 뛰어온것 같아도 한골목뿐이다.
뒤따라온 손님도 아쉬운듯 도둑놈 뒷꼭지를 쳐다보며
집에 가서 빨리 카드 신고나 해야겠다고 씁쓸하게
얘기한다.
지갑에 얼마나 들었냐고 물어보니
6만원 정도가 들었다고 하며 그때까지도 입고있던 파마 가운을 길에서 벗어주고 중화제를 바른 채 집으로 간다.
"쯧쯧..그 놈이 목숨 걸고 훔친 돈이 겨우 6만원이라니..."
그나저나 파마 인심은 주인이 쓰고 돈은 지놈이 챙겨 갔네
되 돌아오는 길에는 손님이 뛰면서 흘린 빨간색 수건도 있고
파란색 비닐 어깨보 도 흘려져 있다.
그제서야 여기 저기 사람들이 나와서 도둑 잡았느냐고 물어본다. 도망가는 도둑놈을 잡을수 있으면 경찰을 하고있지 미장원 하고 있을까? 가게로 돌아와 앉으니 그제서야 가슴이 후르르 떨린다.
옆집 나이 많으신 형님한테 얘기하니.
도둑놈 놓치길 잘 했지, 천만 다행이라고 하신다.
만약 잡았으면 언제 와서 해꼬지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에
고개가 끄떡거린다.
"도둑이야..." 소리 질러도 사람들이 하나도 안 나오더라고 ,
누군가 맞은편에서 사람이 나왔으면 잡았을텐데..
하는 혼자소리에
"불이야~"라고 소리치면 나오고 도둑이야 하면 안 나온다고
도둑이 무기를 휘둘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란다.
"하이고~ 밥만 많이 잡숫는줄 알았더니 아는것도 많으시네.."
파마 공짜로 해 주고도 생색도 내지도 못하고,
웬지 미안한 마음이 자꾸 든다.
그 도둑놈은 간도 크지.
바로 코앞에 있는걸 가지고 갈 생각을 하다니.
어찌 생각하면,
앞뒤 볼것도 없이 가져갈려고 생각하는놈한테
다치지 않은것만도 다행이다
좋은쪽으로 생각하고 말아야지,
손님이 들어오면 가방부터 집어서 얼른 옷 장 안으로 집어넣는다. 으례히 거울 앞에다 지갑이나 가방을 놓았던 손님들은
유별난 행동에 안 그래도 된다고 만류하지만
"훔쳐가는 놈이 죄인가? 잊어버리는 놈이 죄지 "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지갑을 챙긴다.
추신) 도둑이라 이놈,저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