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할일은 많고 손은 딸리고 ,마음은 바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토요일이라 가족 손님들도 몇팀 와서 앉아 있으니 매장이 꽉 차 있다. 요즘은 단체 관광 하듯이, 머리 자르러 올때도 한명이 올때는 거의 없다. 더러는 세 식구가 올때도 있고 ,네 식구가 올때도 있다. 서너살 정도 되는 사내아이를 거울 앞 의자위에 앉히는 일부터 공사가 크다. 아이는 이미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팔 과 다리, 온몸에 있는 힘껏 힘을 주고 뻐대고 있다. 바로 앞 문방구에 가서 막대 사탕도 사다 주고 ,지난번 꼬마 손님이 흘리고 간, 소리 나는 권총을 손에 쥐어 줘도 막무가내 도리질이다. 엄마는 파마할때 입는 가운을 입고 아이를 무릎위에 올려놓고 의자위에 앉는다 . 몸부림에 가깝게, 온 몸을 불사르는 아이녀석을, 아빠는 두 팔을 꼭 잡고, 일하는 누나가 발버둥 못치게 두 다리를 꼭 누루고 나니, 꼬마녀석! 불쌍하기까지 하다. 그냥 조용히 앉아만 있으면, 누이좋고 매부 좋으련만, 서로 사서 하는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렇게 온 몸을 결박 당하고도 어디에서 힘이 솟구치는지, 천하장사가 따로 없다. 크게 벌리고 우는 입 안으로 , 마구 움직이니 속옷사이로, 머리카락은 인정 사정 봐주지 않고 들어가고 끼어 박히니 아기가 딱해서 그만 짤랐으면 싶기도 하다 아마도 윙윙 하는 클맆퍼 (바리캉)소리가 너무 무서운가보다. 엄마는 그 와중에도 요기도 만져주시고 ,조기도 조금 더 잘라달라고 주문 사항이 끊이질 않는다. 아이는 초 죽음이 되어서 눈물에 콧물에 ,목소리는 갈라지기 까지 한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잠깐이면 끝났을 일을 ,움직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 기다리는 사람은 많고 시간따라 해야 할일도 밀려있는데 어린 총각이 협조를 안하니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 아기라 키가 작으니 허리를 구부리고 작업을 해야하니 허리가 끊어진다. 매장 안은 크게 틀어 놓은 음악소리에, 손님들 애기하는 소리에 ,아기 우는 소리에 ,얼르고 혼내는 소리까지 겹쳐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이래 저래 꼬마손님이나 그 가족들이나 일하는 사람이나 지치고 짜증이 슬몃슬몃 일어날쯤 됐을때,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할아버지가 우는아이에겐 선-물-을 안주신데..." 자그마한 소리가 시끄러운 곳에서 가늘고 여릿여릿하게 들려왔다. 모두들 잠시 아연해져서 소리의 임자를 찾아보니 세네살 정도 되는 꼬마 아가씨가 바로 앞에 와서 , 꼬마에게 울지 말라고 두 손을 맞 잡고 노래를 아주 정성스럽게 하고 있다. 어른들은 꼬마 머리 좀 잘라보려고 합동으로 매달리고, 아이는 어떻게 하든지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느라고 그 아가씨가 언제 들어왔는지도 몰랐었다. 꼬마 아가씨는 친구가 너무 우니까 자기가 가서 울지말라고 말 을하고 싶었나보다. 햇볕 창창한 날에 산타할아버지 노래라니... 그것도 아주 여리고 귀여운 목소리로 우는 친구를 위해서 불러주는 그 마음씨를 생각하니 입가에 웃음이 빙긋빙긋 피어난다. 악을쓰며 울던 꼬마 도련님도 노래소리에 어안이 벙벙한지 잠시 울음을 그치고 쳐다보고 있다. 그 사이를 놓칠새라 빠른 손 놀림으로 머리를 깍아놓고 젤까지 발라서 빤득빤득 하게 마무리 까지 끝냈다. 꼬마 아가씨 우리집 언니가 너무 이쁘다고 공주머리에 빤작이 스프레이까지 뿌려주고 몇번이나 뽀뽀를 해주곤 아쉬운 작별을 했다. 엄마 손잡고 나가면서 빠이빠이 하는 앙징스런 그 모습은 정말로 귀여운 작은 천사였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