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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꽃잎이 된 안나 (이야기13)
BY 명자나무 200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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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애의 이름은 김안나 이다. 부모가 다시는 아이를 안낳겠다는 굳은 의지로 금방난 아기의 이름을 안나라고 지었다고한다. 그순간부터 그 아이의 인생이 꼬여들어간걸까?
처음본 안나의 모습은 애처럽기도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160센티미터가 되는 키에 40키로가 조금넘는 몸은 마르고 앙상해서 비루먹은 망아지처럼 애잔했다.
엄마는 집나간지가 하도 오래되서 얼굴도 모른다고하고 아빠도 몆년에 한번 볼까말까란다. 과일장사하는 할머니와 뚜렷한 직장없는 작은아버지네서 기대고 살자니 ... 어린것이 산다는게 힘든일이라는걸 알고있는 얼굴이다.
중학교 삼학년인데 학교를 때려치고 보니 할일이 없다고 미용실에서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입과 눈이 간절하게 얘기한다. 할머니한테 전화걸어 확인도하고 허락도 받고 안나에게 몆번씩 다짐도 받으면서 한식구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요즘 아이들이 선호하는 깡마른 몸에다가 얼굴은 조막만하고 눈은 까맣고 똥그라며 입술은 얼마나 이쁘게 생겼는지, 조렇게 이쁜딸을 두고 저아이 엄마는 어떻게 발길을 돌렸을까? 시간이 남을때 그아이 얼굴을 쳐다보며 종종 그런생각속에 빠져들곤 했었다.
하두 어리니 하는일이 무어있으랴. 심부름이나 하고 가게에서 예쁜꽃 노릇이나 해야지.. 머리를 꽃분홍색으로 물들여 줬더니 꼭 진달래 한그루 서있는것같다.
살랑살랑 촐랑촐랑 휘젓고 다니니 밥값은 하고도 남는것같다. 밤업소 언니들이 드라이 하러 오면 유난히 질문이 많다. 나중에 걸러걸러 들러온 말은 자기의 꿈은 빨리커서 업소 나가는게 유일한 희망이라나. 그래서 밥을 많이 먹는다고..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그러니까...여기는 잠시 정거장이구만.
하루는 쑥이가 "안나방에 남자애들이 들락거려요"...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낸다. 두아이가 방하나씩 차지하고 기숙사에서 기거하고 있을때였다. 아니...나이가 몆인데 남자애라니? 듣는 나도 말하는 쑥이도 황당하고 난감하다. 나이는 훨씬 더 먹었지만 어리숙하고 순진한 쑥이는 이야기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로 며칠동안 고민했단다. 안나를 불러서 호되게 야단을 치고 다음에 또 남자애들하고 한방에서 자면 같이 있을수 없다고 몆번씩 다짐을하고도 못미더워서 못을 박는다. 얘기하고 돌려세우면서도 깜찍하고도 끔찍하다.
며칠지나 쑥이가 우물쭈물.. 말안해도 삼천리지... 기숙사로 가보니 안나 방문앞에 남자애 신발이 있다. 방문을 두두리니 도대체 문을 안연다. 한참을 실갱이한끝에 문을 열고 머스매하나가 쑥스러운듯 나온다. 나온 뒤를 보니 이불이 둥그랗다. 의심스러워서 이불을 젖히니 그속에 세놈이나 더 들어있다. 하도 기가막혀서 숨이 턱! 하고 막힌다. 남의자식 두두려 팰수도 없고...
보따리 싸라고 야멸차게 말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다. 내가 내 발등을 찧지. 오지랖도 넓지 ...오지랖도 넓어... 내 자식도 제대로 못키우면서 남의자식까지 무슨건사를 하겠다고..
며칠이 지나도 방 열쇠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 웬만한 일이어야 시간이 해결을 한다고나 하지. 다시 가보니 그방에 오루루 몇명이 모여있다. 그 머슴애들까지... 오갈데가 없으니 쫒겨날때까지 있을 심산인가보다.
다음날 안나가 열쇠를 가지고 왔다. 어디로 갈거냐고 물어보니 다른동네 미용실로 가기로 되어있다고 그동안 잘 거두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깍듯한 인사를 하고 같이 있던 언니들한테도 서운한지 꼬~옥 끌어안고는 발걸음을 돌린다.
힘없이 나가는 조그만 등판을 바라보며 다시 불르고 싶은걸..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소리를 꿀꺽 삼키고는 안나를 그렇게 보냈다.
안나가 있던 방을 가보니 열여섯 열입곱살이 살다간 흔적만 한가득 남아있다. 사방 벽마다 유명한 가수사진이 붙어있고 미처 가져가지 못한 인형들이 집잃은 강아지 모양 추레하게 널려있다.
며칠후 안나랑 한방에서 뒹굴던 머스매하나가 가게로 황급히 뛰어들어온다.
안나가요~~~ 어제밤에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서요... 죽었어요....
뭐라고? 아니~이게무슨 소리냐고 .되물으면서도 손발이 후루루 떨린다.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 어제까지 발랑발랑 하던아이가 죽었다고?
옥상에서 친구들끼리 술먹다가요 ~ 뛰어내릴수 있다 없다로 시비가 붙어서 안나가 뛰어내렸데요.
아이구~~~~~철없는것 ...미친것... 자꾸만 속절없이 원망만 나온다.
그제서야 ..그제서야 .. 내가 데리고 있을걸.. 자식마냥 데리고 있을걸... 속썩인다고 자식 버릴수 없듯이 그렇게 데리고 있을걸..
말못할 자책감으로 그렇게 4월이 흘렀다.
떠나던날 거울앞에다 이미지 사진을 붙여놓고 가면서 안나가 보고싶을땐 이 사진을 보세요.. 봄바람처럼 환하게 웃던 아이 사진속의 안나는 분홍색머리로 화들짝 웃고있다
안나가 아파트에서 떨어지는걸 생각하면 하늘 저 위에서 분홍색 꽃잎이 나풀나풀 바람따라 흔들려 내려오는것같다
그렇게 일년이 흘러가고 또다시 4월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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