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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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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오세요


BY 다정 2004-12-08

원래가 그런지 아니면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는 것인지

사람 사귀는 일에 낯을 많이 가린다.

친한 이를 손으로 꼽으라면 다섯 손가락을 넘기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내 자신의 문제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에는 속내를 털어 놓지는 않더라도 눈으로 아는 이들은 꽤 있다.

어불성설 같지만서도 .

 

그녀는 두달에 한번씩 찾아 오는 코디이다.

광고속의 아무개처럼 뒤에 서서 '어머 ,아직도 **안쓰시네요'라고는 하지 않지만

익숙하게 초인종을 누르고

미소 머금은 얼굴로 스스럼없이 4월부터 우리 집에를 드나든다.

첫인상을 나름대로 중요시 여기는 나름의 가늠을 몰래 잘하는 나는

예의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전에 알고 지내던 어떤이를 닮았다는 점에서

처음 현관을 들어서는 그녀가 편하게 여겨졌었고

이런저런 쉽사리 말도 잘 붙이고

그러다 딸이 하나인 관계로 아이의 용품도 그녀에거 나눠 주고

우린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다.

그런점에서 마음이 통했는지

그녀도 말끝마다 '고객님'이란 호칭은 어쩌지는 못하지만

모르는 사람에서 우린 서로를 잘 아는 사이로 가까워지게 된 것이다.

 

오늘 그녀가 다녀갔다.

1년에 한번 교체해 주는 청정기의 부속품에서 부터

정수기의 필터. 비데의 향까지

다른 날과 달리 이것저것 많이 챙겨 주고 닦아 주면서

다음에 또 볼 수 있겠냐고 그런다.

 

가정에 도움이 되고자 시작을 했었는데

자신이 알고 있었던 '코디'라는 개념 보다는 영업에 더 힘을 쏟아야 하는 입장이

그저 집을 방문하고 서비스를 하는 것보다 너무 힘이 든다고

어쩌면 그만 두어야 될 것 같다고.

일정량의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수당도 조금씩 깎여지고

그녀는 힘이 든다고 그런다.

 

통계청의 자료에는 주부들의 취업률이 작년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고

서비스 업종에 종사률이 물론 다반사이지만.

집에서 전업 주부로 있는 나도 불현듯 이러고 있어서야 되겠냐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땅히 이 나이에 어디를 나가려니

모든 것이 평준화 된 나이

누구말로는

학력. 미모. 경력의 평등이 40 부터이니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괜히 같이 서글퍼지기도 하고

그저 내가 하는 말이라고는

'아줌마들의 피로써 그 회사가 그만큼 성장을 했구나'이니

누구를 탓하랴.

 

집에 있는 정수기는 업소용의 큰 것이다.

아는 이가 취직을 하고는 강매하다시피 넘긴 것이 그것인데

그이는 일년을 견디지 못하고 관두었고

식구에 비해 덩치가 산만한 그 놈을 볼때마다

구시렁거리게 되고

물 맛이 그리 좋은 것만도 아니다.

 

정을 쉽게 잘 주지 못하면서도

한 번 정이 들면 또 쉽게 끊지 못하는 마음에

 그녀를 이젠 볼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섭섭함에

다음에는 '고객님' 그러지 말고 놀러 오라고.

아마도 그리 쉽게 놀러 오지 못하겠지......다른 이도 그랬으니깐....

세상 살아가는 것이 손끝에서 빠져 나가는 모래 알갱이 같아서 헛헛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