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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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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BY 다정 2004-11-21

노란 은행잎들이 나름대로 멋스럽게 걸쳐진 놀이터 의자에 앉아서 하늘 보기

하루에 한번이라도 목적없이 걸어 보기

십여년만에 날아 온 동창들 목록에서 아는 이에게 전화해 보기

'이런 일은 저한테 시키지 않았으면 하는데요' 라고 말해 보기

땡땡이치고 '나이 사십이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며 앉아 있던 그 자리에 다시 앉아 보기

 

방마다 제멋대로 놓여진 일거리들 모른체 해보기

쓸데없는 걱정으로 위장에 걸리적거리는 짓 안해 보기

베란다 문 열어 놓고 실컷 '누구누구 그래 두고 보자'라고 욕해 보기

아무것도 해 준 것은 없으면서 도리만 바라는 그 누구에게 하고 싶은 말 해 보기

 

인순이 머리처럼 마음껏 부풀려 보기

최신식 유행 음악 틀어 놓고 탄력없는 몸으로 춤 춰 보기

세일하지 않는 매장에 들어 가서

손으로 툭 건드리며 이것 저것 내 마음대로 사 입어 보기

한 잔에 만원 넘어가는 차 마시러 카페에 들어가 보기

언니들에게 ' 언니, 마음에 들지?'하며 인심 한번 써 보기

 

다음 주에 돌아 오는 시댁의 묘사

결혼식

병실에 누워서도 걱정만 하시는 시어머님의 김장, 메주등등에

눈곱만큼도 신경 안 써 보기

 

정말 '바보'가 따로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