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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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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들은 어디에서 흐르고 있을까.


BY 다정 2004-05-16

텔레비젼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마침 오늘 스승의 날 특집처럼 스타들의 스승에 관한 내용을 보여 주고 있었다.

다른 내용들도 뭉클하였지만 마지막 장면이

내내 눈앞에 아른거린다.

스승을 찾았지만 이미 그 분은 세상을 버리셨는 그런 이야기.

 

울 아부진 국민학교 선생님이셨다.

초등학교란 단어 보다는 아부지께는 국민학교가  그림에 맞게 느껴진다.

막둥이가 같은 국민학교에 입학을 하던 날

아부지는 조회하는 저 앞에서도 이 막둥이를 살피셨고

어설픈 몸짓에 내내 걱정부터 하셨었다.

수박 한 덩이를 같은 동료 선생님인 담임께 선물로 보내시곤

(일종의 뇌물이었는지도)

골골거리는 병치레에 받아쓰기도 빵점이 허다한 딸래미가 결코 부끄럽진 않으셨는지.

수돗가에서 쌀을 씻던 울엄마가 불러 주던

"바둑아, 같이 놀자..."

엎드려서 침을 묻혀가며 적던 헤진 내 공책.

꼼지락거리며 딴짓하기가 일쑤였지만 울엄마는 참을성도 많으셨지.

아부지 빽 믿고선 학교도 곧잘 땡땡이 치곤

냇가에서 물고기 잡고 놀기에 정신을 쏟고

해질녘 질질 끌려서 집으로 갈때면

'설마' 아부지는 막내를 때리진 않을기다...

파리채에 허벅지 몇 대 맞고선 거의 며칠을 앓고 나니

아부진 어린 자식 안쓰러워 그저 네가 알아서 하란 모를 소리만 하셨는데.

어느날 돌아 보니 그 말의 책임감이 그렇게 큰 것을.

 

백암 온천 근처의 어느 한적한 국민학교로

교장 발령을 받으시곤 그 학교가 정말 좋다고 내내 그러셨는데

그 곳에 당신의 마지막 교직 생활이 되실 줄은 아마도 모르셨는지.

간암으로 당신 막둥이에게도

꼬박꼬박 존대말을 하시며 홀연히 가실 때까지

아부진....나의 하늘이셨다.

 

어느 해던가.

아버지의 제자가 우연찮게 연락이 왔을 때

아버지의 자리가 그 누구인지도 모를 많은 이들에게 기억이 되고 있음을

아마 당신은 모르시겠지.

 

아부지...

그 목소리마저도 이젠 가물거리지만

그 따스한 손은 여전히 느껴집니다...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