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45

▶ 지금은 부재중


BY 뜰에비친햇살 2004-01-13

    지금은 부재중. 핸드폰 안에는 여러 개의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쌓여 있고 간신히 발을 디딜 만큼의 공간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게 뚫려 있다. 싱크대 가득히 쌓인 상념들과 하루치 사랑의 분량에 대해 적량을 채우지 못한 게으름으로 허기진 흔적이 이곳 저곳 옷가지와 널브러져 뒹굴고 있다. 벙어리처럼 입 다물고 바보처럼 행동하고 진종일 베갯속으로 얼굴을 묻고 말 못하는 사람이고 싶은데 내가 아는 언어들을 숨기고 느낌을 숨기고 멍청하게 나를 보여주는 것도 힘들다. 둔한 흉기로 뒷 덜미를 얻어맞은 것 같은 이 기분 하얀 옷을 걸친 바람이 들어와 호로록 나를 불러도 지금은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맥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 거실에 초인종 요란한 소리가 가득 울려퍼져도 가만히 숨 죽이고 눈을 감는다. 지금은 부재중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어둠이 나를 껴안을 때까지 호흡을 멈춘다. ※ 2002/07/14/17:36 에 쓴 글(오늘은)...을 수정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