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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부재중
BY 뜰에비친햇살 2004-01-13
지금은 부재중.
핸드폰 안에는
여러 개의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쌓여 있고
간신히 발을 디딜 만큼의 공간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게 뚫려 있다.
싱크대 가득히 쌓인 상념들과
하루치 사랑의 분량에 대해
적량을 채우지 못한 게으름으로
허기진 흔적이 이곳 저곳
옷가지와 널브러져 뒹굴고 있다.
벙어리처럼 입 다물고
바보처럼 행동하고
진종일 베갯속으로 얼굴을 묻고
말 못하는 사람이고 싶은데
내가 아는 언어들을 숨기고 느낌을 숨기고
멍청하게 나를 보여주는 것도 힘들다.
둔한 흉기로
뒷 덜미를 얻어맞은 것 같은 이 기분
하얀 옷을 걸친 바람이 들어와 호로록 나를 불러도
지금은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맥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 거실에
초인종 요란한 소리가 가득 울려퍼져도
가만히 숨 죽이고 눈을 감는다.
지금은 부재중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어둠이 나를 껴안을 때까지 호흡을 멈춘다.
※ 2002/07/14/17:36 에 쓴 글(오늘은)...을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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