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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보지마! 섣달의 알싸한 밤 기운에 어슴새벽* 눈이 뜨였다. 살그래* 이불을 젖히고 나와 어슬어슬 밝아 오는 아침을 기다리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저 흠찔 놀라고 만다. 숨소리마저 묻혀버릴듯 채 걷어가지 않은 어둠 속 현기증 나듯 자꾸만 되돌이 하는 그물 처 가둬 버리고 싶은 날들 아침이면 밝은 빛이 스며들듯 고난과 패배로 굴곡진 인생에도 촛불처럼 타오르고 꽃 피는 날 있겠지. 돌아 보지 말자. 돌아 보지마. 조각조각 조각보처럼 이어져 있는 어제는 돌이키지 말자며 혼잣말로 약속을 한다. *어슴새벽; 어스레하게 밝아오는 새벽. *살그래; 남몰래 살며시. 살그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