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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아이
BY 뜰에비친햇살 2003-11-12
▶ 그 아이
땟국물 반질반질하던 소매 속 조막손으로
한 움큼 알사탕을 쥐어 주며 냅다 내 달리고
수줍어 하던 그 때 그 아이
언젠가
어디메선가
너를 스쳐 지나 갔을지도 모르겠다.
구부정히 허리 굽히고
긴 머리 반쯤 가리고
네 눈 피해 돌아갔는지도 모르지.
물처럼 세월은 흘러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구나.
행여나
헝클어진 머리
틈틈이 놓쳐버린 정신으로
엄동설한 수십 번은
잘도 넘겨는지 모르겠다.
내 마음은 너를 유기(遺棄)한지 오래건만
추운 겨울을 나는 저들 틈에서
선심 쓰듯 너의 기억을 더듬 거렸다.
저 마음 속 깊이
뼈 속에도 바람이 드는데
정말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해.
너를 챙겨주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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