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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요 아직은...
BY 뜰에비친햇살 2003-10-30
내 마음에 일찍 겨울이 찾아 들은 걸까?
며칠 전부터 문득 이 노래가 듣고 싶었다.
외출을 하면서도 차 안에 이 노래를 틀었다.
태무 - 눈이 내리네~
며칠 바람이 거세어서
내가 문득 겨울이 왔나 착각을 한 건지도 모르지...
낙엽이 거꾸로 쳐박혀 나락으로 떨어지는게
슬퍼 보여서 그렇게 생각 된 것인지도 모르지...
아니다.
요즘 들어 한편이나마 제대로 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보태져서 일지도 모르지...
폴폴 거리며 손에 잡으면 녹아 버릴 듯
그리움이 짙어 하얀 눈꽃으로 피어 눈물 되어 내리듯
홀연 돌아서 바라보면 슬픈 기억은 고맙게도 덮여버리고
다시 그릴 수 있는 하얀 도화지로 남아 있는듯
그렇게 깨끗한 사랑 다시 찾아 오듯 첫눈 내리던 날
그곳을 지날때 들었던 노래...
임희숙이었던가? 기억도 가물~
여고시절 그녀의 허스키하고
우수한 찬듯한 음색으로 들었던 노래는
가슴에 두고두고 첫 눈 오면 생각나는 노래가 되어버렸지만
오늘은 이 남자의 가늘고 호소력 있는듯한 목소리로 듣고 싶었다.
멜로디님의 홈에서 영상시도 빌려 오고
시 마을에 가서 노래도 빌려 오고...
친구들 가슴에 시린 바람 일찍 불어 넣지나 않았을까?
아지트 대문에도 걸어 놓았으니...
노래를 틀어놓고 혼자 아침부터 온갖 청승을 떨었다.
하이고~~~ 창 밖의 날은 이렇게 좋구먼 말이다...
올 해는 첫눈이 오면 무얼할까?
한 이불 덮는 그 남자를 꼬드겨서
밤길에 나가 발자국 찍기라도 하자고 조를까?
긴 목도리 두르고 군 고구마 함께 사러 가자고나 할까?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 러브 샷이라고 한번 해볼까?
우힛~^^
아마도 첫눈은 상상만 해도
기분을 들떠게 하는 마력 같은 힘이 있는가보다.
음~ 작년엔 뭘 했더라?
문자라도 보냈었나?
에구~ 생각도 안 난다...
이렇게 얼마 되지도 않은 일도 기억이 가물거리는걸 보니
벌써 기억은 쇠퇴해져 가고 머리는 비어 나이만 보태지고
살만 찌고 있는 바보가 되어가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어제 저녁부터 불려서 삶아놓은 땅콩이
한 대접이나 깍지가 되어 쌓였다. 입은 살았나보다.
벌써 한 대접을 까먹고 이러고 앉아 있었나보다.
이곳 저곳 매일 같은 버릇처럼 아컴을 휘저으며...
오후부터 기온도 올라가서 다시 따뜻해 지겠다고 하던데
이렇게 햇살 좋은 날에 웬 청승인지 모르겠다.
남은 가을이 아깝다.
아직은,
바스락거리는 낙엽 태우는 냄새를 더 맡고 싶다~
들길에서 이름모를 들풀과 얘기도 너 나누고 싶다~
풀벌레 소리 가슴에 녹음해 두고 겨우내 듣고 싶다~
그래요. 아직은...
내 가슴에 찬겨울 들이고 싶지 않아요.
시린 겨울 가슴에 담고 싶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