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남은 것 비우기 그저 잠시 왔다가 그냥 가는 게 인생이라 말했었는데 한 세월 열심히 살다 가면 그만이려니 하고 살라 했는데 왜 그렇게 쓴 말들은 새겨듣지 않았는지 텅 빈 마음속에 남은 것은 후 불면 꺾여버릴 것 같은 오기와 자존심 뭣 하러 그렇게 알뜰히 살뜰히 내 것으로 만들려고 가진 애를 태웠는지 모르겠어. 아직도 버리지 못한 물욕은 마음 구석구석에서 요동을 쳐 대며 이만큼만 내 것이라면 이것만 내 것이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 댄다. 참으로 힘들게 마련한 나의 행복이 일순간에 거품이 되고 마는 이순간도 결코 포기 할 수 없는 건 순전히 나의 불찰이 아니라는 책임전가를 위안삼아 희망의 칼을 품고 버티기 버리자. 그래 버리는 거다. 내가 가진 것에 눈독을 들이며 탐내는 자들에게 모두 줘 버리고 내 몸에 한 가닥 실오라기도 없이 다 버리는 거다. 묵은 때도 닦아 버리고 이 빠져 낡은 뚝배기도 버리고 물 바랜 코트도 버리고 터럭 같은 욕심 한 점까지 모두 다 그렇게 버리면 내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야. 이렇게 버리고 비우니 시원하지 않니? 맨 처음 내가 이곳에 올 때처럼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건 내 몸을 휘감던 살을 에는 칼바람 한 점 뿐이지만 탯줄을 자르며 세상을 나올 때처럼 남은 오기와 자존심마저 버리고 나는 오늘 모든걸 다 버리기로 한 그 용기로 그렇게 새롭게 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