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초복이란다
금요일에 마트를 갔는데 삼계탕용품들이 줄줄이
진열되 있길래 복날이 다가오나? 싶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일요일인 오늘이 초복이라 알려 준다
이왕 마트를 간 김에 재료들을 이것저것 바구니에
넣었다
티백으로 된 육수용 재료, 얌전히 두개씩 포장된
수삼, 황기도 사고 메인인 닭도 자그마한 걸로
두 마리를 샀다
재료도 샀겠다 초복까지 기다릴 거 뭐있나 싶어
어제 점심무렵 미리 삼계탕을 먹으려고 냉장고 속 재료들을 차례로 꺼내 다듬기 시작하니 그 또한 일이 만만치가 않다
육수를 먼저 내야하니 티백과 황기, 엄나무를 큰 솥에 넣고 먼저 끓이기 시작했다
우선 닭을 기름기 떼어내고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뱃속에 불려놓은 찹쌀도 두어숟갈씩 넣고 마늘, 생강
수삼, 대추도 넣고는 한 쪽 다리에 칼집을 넣어
나머지 다리를 끼어 넣으려니 제대로 되지 않아
다리를 꼭 붙인 요염한(?) 자태가 되질 않고 자꾸
느슨하게 벌어지니 끓는 동안 속에 있는 것들이
다 나올 거 같았다
몇번 다리 꼬기를 하다 잘 안 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로 하여 끓고 있는 육수에 두 마리를 입수시켰다
한 시간여 신나게 끓인 다음 거의 익은 거 같길래
다시 개인용 뚝배기에 옮겨 닮아 송송 채 썬 파를
얹어 한소큼 펄펄 끓여 식탁에 올려 놓고 먹기 시작하였다
에~~잉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었나 왠지 찐한 삼계탕
맛이 안나고 닭은 살이 퍽퍽하고 감칠 맛이 느껴지질 않아 실망이 되었다
게다가 닭이 작길래 1인1닭이 충분할 거 같았는데
각자 뚝배기 앞에서 뒤적이고만 있고 겨우 반 마리나
먹었나 싶었는데 더 이상 식욕이 없었다
나머지는 저녁으로 먹기로 하고 마무리 하니
나이 들어가면서 내 입맛이 변한건지 들어간
정성에 비해 맛이 없으니 이럴바엔 굳이 이런 수고를
또 할 필요가 있나 싶기만 하다
차라리 삼계탕 집에서 한 그릇 사 먹는 게
가성비가 더 좋을 거 같단 생각이다
이래서 나이 들면 손맛이 변한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중복, 말복은 그냥 pass하는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