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직스러운 친구같은 남편에게 | 작성자 | lmnami | 등록번호 | 316 | ||||||
올해는 유난히 여름이 빨리 오나 봅니다. 봄도 없이 더운 날씨가 계속 되더니 장마같은 비가 자주 내립니다. 봄철 비는 농사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고마운 비라고 하니 내 생활 조금 불편한 것은 조금 감수를 해내야겠지요?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듯 지난 해 내 마음이 다르고 내년의 내 마음이 다른 것이 바로 인생이고 인생을 살아가는 경륜이겠죠? 이런 인생을 우리가 만나 함께 한 것도 벌써 10년이 가까워지는군요. 그 긴 세월동안 당신과 나 사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아이들과 언제 갖게 될까 막연한 일로만 생각만 했던 집도 사고, 주말 나들이 가는 이웃들 보고 마냥 부러워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당신이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여기저기 많이 다니기도 하고 있으니.... 그동안 당신 무던히도 애썼습니다. 모른 척 당연한 척 지나쳐 오긴 했지만, 그동안 당신이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 때로는 꼿꼿한 자존심도 구겨가며, 때로는 그 깔끔한 성격 이겨내가며 많이도 참고 많이도 노력한 거 나나 우리 아이들 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표현에 익숙지 못한 우리들이 쑥스러워 가슴에만 그 감사와 고마움을 담고 있었을 뿐이지...... 그렇게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오신 당신이 요즘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전보다 웃음도 줄어들고 전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줄어든 당신. 마음은 있으나 날마다의 일상에 지쳐있는 당신을 볼 때마다 '보약이라도 한 재 지어드려야지....' 싶다가도 막상 달랑달랑거리는 생활비를 보면 차마 일을 저지르지 못하고 '다음에...다음 달엔 꼭...'하면서 기회를 미루게 되고 맙니다. 여보! 회사에서 우리나라보다 임금이 싼 중국쪽에 공장을 세우고 사람들을 보내고 있다고 하죠? 어쩜 당신도 그 속에 포함될 지도 모른다 하였죠? "와, 그럼 우리 중국 구경 한 번 하겠네? 우리 아예 그쪽에 따라가서 일이 년 살다올까? 아이들 중국어도 배우고 영어도 덩달아 배우고 오면 좋잖아. 뭐 어때? 아주 살 것도 아니고 잠시 살다 올 건데 이런 때 나가는 게 기회지 뭐. 우리가 우리 돈 들여서 외국 가서 살다올 능력이나 돼?" 웃으며 이야길 건넸지만, 막상 남아계실 어른들 생각과 여러 가지 모든 제반 사항들을 다 따지는 당신 앞에서 요즘은 참 미안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 짤릴 지 모르는 월급쟁이 남편으로서 살아가는 당신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이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인데 철없는 마누라는 집에서 소일거리 삼아 부업을 한답시고 깝죽대면서 항상 모든 것을 너무 쉽게만 생각하니....당장 눈 앞에 떨어진 고물만 줍기 바쁘지 먼 장래를 생각하지 못하고 설치기만 하는 내가 함께 고통을 나누고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서 당신에게 보다 더 많은 짐을 짊어지고 가게 하는 것 같아 나 스스로를 뒤돌아 보게 됩니다. 여보! 회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맙시다. 막상 일이 닥치면 그 일을 해치고 나아갈 만한 방법이 생길 것입니다. 왜 그런 말이 있잖습니까? "신"이라는 분은 인간이 그것을 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주신다고. 힘내고 우리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함께 힘을 모아서 열심히 헤쳐 나가보자구요. 비록 걸리적거리기만 하겠지만 제가 옆에서 든든히 받쳐드릴 테니까요. 늘 당신을 믿고 따라갈 테니까요. 아시죠? 우리는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길로 가더라도 항상 당신을 전적으로 믿고 따를 것이라는 것을. 항상 당신 편에 서서 당신을 응원하리라는 것을.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화이팅! 당신의 영원한 팬 아내로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