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남편과 처음 만난지 만 9년
햇수로는 10년째 되는 날이었다.
역사적인 기념일(?)이었지만
둘 다 아침에 일어나
"얘들아, 오늘은 엄마아빠가 처음 만난 날이란다"
한 마디로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 버렸다.
아이들이야 아침 식사를 하면서 들은 이야기에
처음 만났을 때 아빠가 어떻게 했냐, 엄마는 어떻게 했냐
꼬치꼬치 캐묻어댔다.
귀찮아 개그에서 본 것처럼
아빠가 엄마에게
"내 아~~~를 낳아 도~~~~" 하길래
"알았어예" 했다고 하였더니
아이들은 진짜 처음 만나는 아빠가 엄마에게 그런 줄 안다.
나중에 아니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그게 그렇게 재미난 모양이다.
이미 한 물 간 유행어를 외치고 다닌다.
"내 아~~를 낳아 도~~"
아이들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남편은 처음 만난 그 자리에서 이런 이야길 하진 않았지만
만난 지 한달 가량이 지난 어느날
정말 이렇게 조심스럽게 이야길 했다.
"시인과 촌장이 만나서 아이를 낳으면 어떨까?"
(한때 문학소녀였던 나를 남편은 '시인'이라고 칭하고
자신은 스스로를 '촌장'이라 칭했었다 그때는...)
지금 돌이켜 보면 이게 내가 받은 유일하게
그럴 듯한 청혼이었나 보다.
그 이후 어떤 다른 청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우린 그냥 그렇게 당연히 결혼하는 사이로
서로를 인식하게 되었었으니....
지금은 그때 남편 소원대로 시인과 촌장이 만나
딸 아들 이렇게 아이 둘을 낳고 잘 살고 있다.
그럭저럭 큰 어려움 없이.
오늘 갑자기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만남 만 9년째인 어제를 깃점으로
남편에게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지나가야 할 것 같다.
"당신! 지난 우린 만남에 대해서 만족하우?"
"나?"
"100% 만족은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족하다우."
(ㅋㅋㅋ 다른 남자를 만났더라고 해도 별반 다른 것이 있을까?"
(남편과 나는 때로는 텔레파시가 통하는 듯 할 때가 많다.
한 사물을 보고 무심결에 튀어나오는 말이 똑같다든가
같은 시간에 서로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든가....
남편과 나는 아마 이래서 우리 부부가
' 우리가 "천생연분"인가 보다'하고 느낄 때가 가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