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턴 아이들을 데리고 있다.
하루 종일 다 큰 녀석들을(7살, 빠른 5살) 데리고 있을려니
이것저것 신경 쓰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아줌마들이
"어떻게 7살짜리를 데리고 있어? 참 대단해"
"웬만하면 다른 곳이라도 보내" 하는 말에
"못 할 게 뭐야? 하면 하는 거지"라고 쉽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 모든 것이 다 헛소리는 아닌가 보다.
아직 상대적으로 누나에 비해 어린 아들 준현이는 어리다고 생각되기에,
7살이 되는 내년도 있고 안되면 8살에 학교를 보낼 경우
후내년도 있으니 그런대로 걱정이 덜 되지만
막상 내년에 학교에 갈 7살 딸 혜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한편으로는 너무나 불안해져 온다.
그래서 아침 밥을 먹이고 나면
서점에서 사온 문제집을 몇 권 쌓아놓고
함께 이것저것 공부를 하기도 하고 놀기도 한다.
나름대로는 영어도 하고 수학도 하고 국어도 하지만
이것들이 과연 체계적인 것인지,
혹 부족한 것들은 없는지,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여러 가지로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된다.
사람이 모두가 가는 길을 가지 않음에서
나 홀로 이 길을 가고 있다는 단 한 가지 사실에서
(아직은 홈스쿨링이 흔한 것은 아니죠? 우리나라에서는)
느끼는 불안감이나 초조함 내지 스트레스가
이렇게 엄청나고 많은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하루에 한 번씩 그것도 일어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규칙적으로 찾던 화장실도 이제는 이삼일에 한 번씩 힘들게 찾고
피곤한 날은 머리가 베개에 닿는 그 순간 골아 떨어지지는 못하더라도
조금만 뒤척이다 보면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삼사일 밤잠을 설치고 나서도
겨우 하루 이틀동안 피곤에 절여 잠이 든다.
그러니 몸은 항상 물을 흠뻑 빨아들인
스펀지처럼 만성피로 상태.
하루만 쉬고 싶은데
딱 하루만 나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은데
그게 맘처럼 되질 않는다.
혈기왕성한 아이들을 묶어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기도 일 하느라 지친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도 없고.....
아이들은 집에만 있으니 심심하다고
매일 무언가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해주길 원하는데
엄마인 나도 사람인지라 그게 쉽지가 않다.
이벤트를 준비하려면 나름대로 공부도 해야하고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많은데
아시다시피 그만한 여유가 있어야지 원...
무엇을 하기엔 너무 짧은 짜투리 시간들 뿐이라....
주말마다 아이들 데리고 야외로 나가기로 해놓고선
일주일에 한 번은 꼭꼭 연극이든 영화든
하다못해 비디오라도 보여주기로 해놓고선
내가 피곤에 절고 지쳐서
그 약속들을 내가 먼저 나 스스로 어기게 된다.
그러지 말자 수없는 다짐을 하건만 쉽지가 않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홈스쿨링 만 3개월만에 체력이 바닥나는 것일까?
일요일이면 나도 쉬고 싶다.
만사 제껴놓고서....
밥도 먹지 않고 그냥 뒹굴뒹굴 바닥청소를 하고 싶다.
예전에 그런 사람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딱 하루만의 자유가 그립다.
이런 자유가 더 오래 되면 아마 지겹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