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장 보러 가는 날 아침, 형님 전화와서 못 가겠다구요... 저한텐 한마디 말도 없고 제 남편에게만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나중엔 아주버님이 전화오셔서 출근을 해서 같이 못 가겠다고 수고하라구요. 아주버님 하시는 말씀이 맞죠?
그렇게 두시간이 흐르고, 어머니는 명절, 제사때마다 그랬듯이 큰 시누이와 만나셔서 장을 보시고는 급한 맘에 우동 한 그릇도 안 사 드시고 온거예요, 점심때가 다 됐는데요.
저와 애들 태워서 시댁 들어간다고 오셨길래 가까운 칼국수집에 가서 점심 먹고 몇 가지 못 본 장거리를 두세군데 들러 사서 시댁으로 갔답니다.
거기서부터 제 일이 시작됐답니다. 냉장고청소하고 파 다듬고, 장거리 정리하고 오징어 손질하고,내일 쓸 그릇,채반 찿아 씻어 놓고 콩나물 다듬고... 그리고 저녘 준비 하려니..남편이 와서 "엄마가 자고 가래." 하는 거예요. 그런 일은 없었는데요.집이 가가워 자고 다음 날 왔거든요.
장을 보시면서도 어머님 " 이제 장 보러 다니는 것도 못 하겠다, 힘들다."하시더라구요. 그런 말씀은 큰 며느리앞에서 하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매번 재료준비를 어머님 혼자 다 해 놓으셨거든요. 제가 해 보면서 정말 어머님의 힘듬을 새삼 느꼈답니다. 어머님 하시는 거 따라 다니며 도와 주다 보니 9시인데도 하품이 나고 잠이 왔어요. 그래서 일직 잤답니다.
오늘 아침 7시에 일어나 생선 여러 마리 손질하고 물 빼 놓고, 어머님은 나물을 삶으셨구요. 쌀 담그시고, 송편은 직접 만들고 찰떡도 하거든요.
아침 먹고 음식 만들 준비로 신문지 깔고 전기팬, 튀김기, 가스버너, 후라이팬..등등등 준비하고 있으니 9시쯤..형님이 오셨어요. 일찍 왔더라구요.
들어 오자마자 전 "형님, 좀 괜찮으세요."하니 "그래, 힘들었지." 하며 부엌으로 휙 가는거예요. 눈도 제대로 안 마주치고...
전 그래 일하자 싶어 부엌으로 가서 일이 시작되었어요. 일은 평소보다 서두른 관계로 한 시간 일찍 끝났어요. 건데 그 동안 물어 보질 않는 거예요. 왜 제가 자게 되었는지를요...제가 이상한 건지...
저녘무렵...
형님은요, 나물 준비 하는 걸 참 싫어해요, 그래서 제가 다 볶고 간하고 한답니다. 나중에 어머님 돌아가셔도 나물은 제가 하래요. 그래서 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박나물도 하라고 박을 손질해서 채를 쓸라고 했는데 그것도 매번 제가 했거든요. 건데 두가지 일은 할 수 없으니 형님이 하다가 그만 손이 베인 거예요, 피가 많이 나서 못하게 됐죠 뭐... 어머님이 나물 다 쓸고 전 바빴죠....저도 송편 찐 거 내리다 뜨거운 김에 팔뚝에 화상을 입었답니다. 그래도 표 안 내고 했는데...
이번엔 제가 힘들어도 해야 하나 봐요. 그리고 명절 전날 자는 것도 고민이었거든요. 방 하나에 어머니와 두식구 9명이 자야 하니 좁아서..그래도 내키면 자고, 가라면 가고 했거든요. 그런데 애들이 크니 불편하더라구요.
매번 형님이 자는 게 맘에 걸렸는데 전 미리 잤으니 가도 되겠다는 맘에 편했답니다. 앞으로도 보고 그렇게 할까 봐요. 형님은 친정이 가까워서 다음 날 도 자거든요. 그것도 아주버님께서 맏이가 자야 한다고 우겨서 그렇게 한답니다. 형님 스스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전 시댁이 멀어 먼저 가는 게 미안해서 친정에서 돌아 오는 길에 다시 시댁 들러 시누이들 얼굴 보고 가고도 몇 년 했답니다.
나물 볶은 거 냉장고에 다 넣고, 잘 방까지 다 닦아 주고 그렇게 왔답니다. 뭐 빠진 게 없나 싶기도 하네요. 어머님이 한 해 갈수록 약해지시는데, 형님과 함께 사셔야 쉴 수 있을 텐데...몇 년 뒤라야 형님네가 어머님을 모신다고 하니.....
어머님과 형님이 같은 집에 사실 수 있을런지...
어제, 오늘 정말 육체적으로 힘들었답니다. 건데 어제 제 머리에서 남편이 흰머리카락을 두개나 뽑았답니다.이럴수가요...
저도 나이를 먹어 가고 있는건가요?
너무 조바심내지 말고 살아야 하는데, 몸이 힘드니 좀 쉽게 쉽게 하고 싶기도 합니다. 내일 추석날도 별 일 없이 잘 지냈음합니다.
여러분,참고 웃으며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