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난 아들이 있는데요.
어릴 때부터 많이 아프고, 약해서 많이 안아 주고 업어 주고 키웠더니만...애가 얼마나 고집이 세고 울음이 많은지...
하루가 애 우는 소리로 끝나버렸어요.
또 엄마만 찿아서 누구에게도 안 갔고,
아빠 품에 안기는 적도 없었어요.
저 혼자서 북 치고, 장구치고 하며 키워야 했어요.
많이 힘들었어요.
애 성격이 별나니 남의 집에도 잘 갈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밖으로 많이 데리고 나가서 공원, 놀이터에서 놀아 줬죠.
4살쯤 되면서 부터는 가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이 많아져서,
보는 것마다 사 달라고 울고, 가지고 싶은 것은 사 줄 때까지 울고
그랬어요.
길거리에서 시장에서 그러니, 아는 가게 아줌마들은 골통이라고
불렀어요.그러시면서도 " 저런 애들이 커면 다 얌전해진다."하시더라구요.애하고 다니는 것 자체가 저에겐 많은 인내를 요구했고,집에 도착하면 세상 사는 게 다 싫을 정도로 비참한 기분 이었어요.
애가 장소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처음 가 본 곳에 한 번 들어 가기 싫다면 아무리 달래도 달랠 수가 없었어요.
집안 결혼식에도 갔다가 몇 번이나 전 예식장밖에서 둘이 있어야 했고, 물론 밥도 못 먹구요.나중엔 시어머니께서 아예 못 가게 하셨어요.
5살이 되니 사회성도 길러 줘야 되겠다 싶어서 어린이집을 알아 봤는데, 다행히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어요.제가 애한테 많이 지쳐 있었는데 그 선생님은 진심으로 아들을 걱정해 주셨어요.
고집도 세고,말도 느리고, 엄마가 곁에 있어야만 노는 아이이고,밥도 제대로 혼자 못 먹는 아이를 "한 번 해 봅시다"라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어요.
그 전에 다른 어린이집에 상담하러 갔는데 한 마디로 거절을 하더라구요.제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몰라요.
그렇게 위축이 되어 있던 저에게 힘을 주시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어린이집에 둘이 손잡고 오후시간에 가서 10분, 20분, 일주일에 두 번 놀다 오고, 그렇게 2주 하고, 아들은 어린이집 버스를 타고 아침에 울고 불고 하며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한 달이 되어야 적응하겠다했는데, 아들은 2주만에 적응이 되어 가고 있었어요.
선생님도 저도 놀랐죠.다 선생님의 배려였어요.예민한 아들에게 굳이 강제로 수업을 시키지 않았고,울어도 항상 일관된 태도를 보이셔서 애의 고집을 조금씩 꺾어 가고 계셨어요.다른 친구들도 아들을 도와 주고 있었어요.
어린이집에서 아들은 잘 적응을 했고, 8개월이 된 지금은...
" 엄마, 바보."라고 놀리기까지 해요.어린이집 다녀 오겠다고 인사도 잘 하고,밥 잘 먹고," 엄마 먼저 드세요."라고도 해요. 오늘 아침엔 차가 아파트입구에 들어오는 걸 보더니 "엄마, 저리 가" 하는 거예요. 혼자서 이제 가겠다는 거에요. 요즘 울고 고집 피우는 것도 정말 많이 줄었어요.제가 이제 살 좀 찌겠어요.
알고 보니 아들이 감수성이 예민해요.예쁜 꽃을 보면 따서 엄마 선물이라고 주고,어제는 김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사러 갔는데, 아줌마가 칼로 긴 김밥을 썰고 있는데.." 아줌마, 그러면 김밥이 아프잖아." 하는 거예요. 저는 " 아픈데 너는 왜 먹을려고 하는데...."했죠.
그 모습을 보고 옆의 아줌마들이 다 웃었어요.
아들이 말을 하게 되니 가끔 깜짝 놀라게도 해요. 표현하는 게 좀 달라요.한글수업을 하는 선생님도 아들이 또래와 다른 점이 있다고 하셔요.
지금도 잘 놀고 있는 아들이 고마워요.몇 달 전만해도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했어요.
내년엔 미술학원에 보낼까 하는데, 잘 할까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에게 은인인 그 어린이집원장선생님께서 손관절이 안 좋으셔서 지금은 다른 분이 하시거든요.애들을 너무 안아 주시고, 만들고 오리고 하셔서 손, 어깨가 아프시답니다.이런 선생님 만나기 참 어렵겠죠! 너무 고마워서 저녘 한끼 대접한다는데도 사양을 하시더라구요.안부 전화를 가끔 제가 드린답니다. 건강하시라구요.
정말 선생님덕이 큰데...어떻게 보답할지....
하여튼 골통인 아들이 이렇게 좋아지고 있어서 요즘 저 살 맛이 나요.
아빠한테도 얼마나 애교를 뜨는지, 둘이 뽀뽀하고 부비고 난리랍니다.
이렇게 잘 먹고 튼튼하게 잘 자랐으면 해요. 모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