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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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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기장을 넘기다가....


BY 꿈꾸는 바다 2004-04-30

      꿈에 빠지는 사람은 바다에 빠지는 것이다

      어제 휴일이라고 빈둥거리며 오락을 하는 아들을 불렀다.

      '힘센 남자야,이거 좀 밀어보자'

      베란다 유리문 반을 차지하고 앉아있는 피아노를 벽쪽으로 옮겼다

      '엄마,피아노는 왜 옮겨요'라고 묻는 아들에게

      이 좋은 햇살을 겨울내내

      피아노 등을 데우게 해서 되겠냐구,

      좀더 많은 햇살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어미를

      무심한 아들은 한번 씨익 웃어주고 만다

      진짜 무심한 놈,딸 아이가 있었으면 엄마 햇살 따시하다고

      쫑알쫑알 장단 맞추어 주었을텐데...

      피아노 있던 자리에 실먼지가 뽀얗다

      걸레로 먼지를 닦아내고

      와인색 카페트를 깔았다

      피아노 뚜껑을 열고

      초등학교 1학년 수준으로 동요를 쳐 봤다

      친구가 곁에서 들었으면 '니 뭐하노' 하고 꿀밤을 먹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1.아빠하고 나 하고 놀던 꽃밭에~~

      2.아무도 오지않는 깊은 산속에 쪼르릉 방울꽃이~~

      3.깊어가는 가을밤에 낯설은 타향에~~

      딱 세곡 기다시피해서 쳤더니

      아들이 나를 불렀다.

      '엄마,옆집에서 벨 누르기 전에 그만 두시는것이...'

      무심한 놈 같으니라고,딸내미가 있었으면

      '엄마 째즈 한곡 쳐 주까,아니면 젖가락 행진곡 같이 해볼래'했을낀데...

      남자들이란 나이가 작으나 많으나 우째 저렇는지...

      피아노 뚜껑을 조용히 닫고

      차한잔을 타서

      찻상을 끌어다놓고 카페트위에 앉았다

      피아노를 옮긴 첫번째 이유는 겨울이 다가오기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는 햇살때문이다

      이 집은 남서쪽으로 앉아 해가 짮아지는 계절이 오면

      거의 하루종일 햇살이 거실에 머문다

      아침에 동이터 창이 밝아오면

      많지않은 식구들이 제각기 삶의 터전으로 떠나고

      따그락,딸그락 뒷설것이를 끝내고 돌아서면

      햇살은 어김없이 거실 창턱을 넘어 슬금슬금 들어오기 시작한다.

      얼마나 좋은가...

      혼자라는 시간이....

      이제는 아무도 물어봐주지않는

      나 혼자만의 꿈을 꾸는 시간이다

      니 꿈이 뭐냐고 내게 처음으로 질문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부모님 이시겠지

      '야야,니는 커서 뭐가 될래?'

      내 어릴적 최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흠~~ 기억이나네

      그 꿈은 그릇장에 있는 작은 은주전자 하나 챙겨서

      아버지와 결혼하는 것이 내꿈이었는데

      그 황당한 꿈이 아버지를 즐겁게 해주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때 선생님이 각자의 꿈이 뭐냐고 발표하라고 했을때

      나의 꿈은 '현모양처'라는 거였는데 그때 그 뜻이 무엇인지 알기는 알고

      그런 꿈을 이야기했던 것인지...

      그러다가 꿈들이 들쑥날쑥 탈바꿈을 하면서

      이제는 아무도 내게 당신의 꿈이 뭐냐고 물어봐주질않는다

      같이 사는 남편도 당신 꿈이 뭐야하는 질문을 잊은듯하고

      나의 턱밑에 앉아 지 꿈을 이야기하는 딸아이도

      엄마란 사람은 원래 꿈도 없었던 사람인듯....

      아니면 그 꿈의 빛이 퇴색하여 사라진것처럼 보이는지....

      물어봐주질 않는다

      내게도 아직 나만의 근사한 꿈들이 있는데 진짜 진짜 공부 열심히 해서 뭔가 하나는 이루어내고 싶고 갖고싶은 꿈들이 많아서 때로는 그 꿈들이 반란을 일으키려는데 누군가를 향해 근사한 연애편지 한장 날려 보고도 싶고 때로는 사랑이 절절 끓어 뜨거워져서 어쩔줄 모르고 싶기도 하고 나를 필요로하는 일상을 다 접어두고 혼자만을 위해 한 삼일,아니 이틀 아니면 단 하루만이라도 훌훌 털고 떠나보고도 싶은데.... 그러나 나는 이쯤에서 꿈을 접어야 한다는것을 안다 그저 내꿈은 이 울타리 안에서나 꾸어야한다는 것을.... 겨울이 점점 다가오면 추위에 약한 화분들이 이 자리를 차지하겠지 그러면 나도 화분곁에 앉아 겨울을 나야겠다 내 꿈들을 키우면서.... 차 한잔 마시며 꿈을 꾸는 나를 아들이 큰소리로 부른다. 엄마~~ 떡뽁이 먹고 싶어~~ 무심한 놈.... 지 엄마는 꿈을 생각하는 시간도 없나... 겨울....어느 휴일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