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대학생
엠티를 다녀온 딸아이는 여전히 종달새처럼 다녀온 보고를 늘어놓는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놓다가 심각해진다
"엄마,나 있잖아,난생 처음으로 고백을 받았거던 그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머리속이 복잡해서...
지금도 심사숙고 중이지만 이제 결정을 해야겠어"라며
인생의 선배로써 자문을 구한단다
내가 보기엔 그 남학생도 "**아,니가 내 첫사랑야 우리 한번 사귀어보자"라는
그 말을 전하는데 무지 용기가 필요했겠지만
그 프로포즈를 거절하려는 딸아이도 용기가 필요한가보다
어떻게 거절을 할것인가
나를 상대로 몇번인가 연습을 하고는
오케이 사인을 보내며휴대폰을 들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가 들어가고 난 뒤,
난 내가 간직하고 있던 처음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을 꺼내어본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이 따뜻한 햇살을 처음으로 느낀게 언제일까
아주 어린시절 아버지의 등에 업혀 산길을 걸어가고 있을때이지
바다가 아름답고 포근하다고 느낀건 언제지
다섯살배기 딸아이를 등에 얹고는 목을 꼬옥 잡으라 하시며
유유히 헤엄을 치시던 세상 그 어느곳보다 넓었던 아버지의 등에 엎드려
바라본 내 첫 기억의 바다 그 잔잔한 반짝임, 고요한 움직임
양정 전차역에서 전차를 타고 용두산 공원까지 가는 첫 나들이의 즐거움
첫입학-
어머니 아버지 사이에 단발머리에 가슴에는 코수건을 단 여자아이가 찍힌
오래된 사진 한장 *축 입학*이라고 쓰여진 글씨는 세상을 향한 나의 첫 인사였다
이렇게 나의 "첫~~"는 다양하게 이름을 바꿔가며 나를 성숙하게 하였다
결혼을 하고 새가정을 꾸리며 느끼는 신혼의 달콤함
남편이 가져다준 첫 월급봉투, 첫번째 적금통장 , 남편의 첫 승진
첫아이를 가졌을때의 수줍음과 기쁨 ,아이의 탄생 첫 대면의 눈물
아기의 옹알이와 아기가 처음으로 뒤집었을때의 그 환호성,
하얗게 나오던 젖니의 이쁜 모습들 , 첫 발자국을 떼어놓았을때의 그 놀라움
첫돌 , 내집을 마련하고 이사가기 전날의 설레임 ,아이의 입학 통지서,
지금은 "첫"자를 앞세운 수많은 기쁨들이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 속에 내가 주체가 되는 일은 별로없다.
이제는 아이들의 "첫~~"에서 대리만족을 느낄뿐이지만
앞으로 내가 만날 "첫~~"를 생각하면 그 또한 행복한 일이 아닐수 없다
아이들의 첫미팅,첫번째 아르바이트,첫직장,첫번째 데이트, 입영 통지서
처음으로 인사올 사위감과 며느리감을 미리 상상해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상상의 세계는 거절 전화를 하느라 상기된 뺨을 하고 나오는 아이를
바라봄과 동시에 끝이 났지만
난 오늘도 내 앞에 나타날 때를 기다리는
나의 첫아무개들을 손꼽아 기다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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