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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우동속으로 삶의 애환이 퐁당퐁당퐁달...


BY 꿈꾸는 바다 2003-10-31



포장마차 우동속으로 삶의 애환들이 퐁당퐁당퐁당...


달빛이 내 머리와 어깨를 타고 내려와
길게 내 그림자를 만들어 주는 시간....
낮 동안의 부산함과 사람들이 부대끼며 내었던 소란스러움이
어둠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밤.

골목길 걸어가며
내 남자의 팔장을 끼고 호주머니 안의 손을 잡아본다
따뜻한 사람의 체온이 전해져온다
가끔 이 남자와 나는 인적이 드물어진 길을 걸으며
밤 마실을 나간다.

이십년 세월에 실어놓은 애정과 신뢰,
그리고 서로를 생각하는 측은지심이
말없이 훠이훠이 걸어도 기분 좋은 밤,휴식 같은 밤
때로는 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 끼고 나즈막히 노래를 부르며 걷다가
이제는 세월의 무게로 약간씩 기울어져가는 
이 남자의 어깨위로 나를 기대어 본다.별을 본다.

'여보~~ 지금이 비상사태다 생각하고 나 좀 업고 뛰어봐~~ 저기 보이는 
 전봇대까지~~
그러면 가끔 업어주기도 하더니만
이제는 다른 소리를 실실해대며 꽁무니를 뺀다.
'119 부르면 당장 달려와서 병원으로 실고 갈테니 그런 걱정을 말라는 둥
'아들내미가 당신을 업고 병원까지 냅따 뛰어갈테니 그런 염려 말라는 둥
젊은날의 패기와 열정이 사르라지는  씁쓰레함이라니..
내가 웃으니 이 남자도 웃고 달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달님도 웃었나보다.... 나이값 좀 하라고..

포장마차 휘장을 밀치고 들어서니
삼삼오오 둘러앉아 
우동에 오뎅에 닭발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비슷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뜨거운 냄비우동 속으로
삶의 애환들이 퐁당퐁당 빠져들기 시작한다.

몇년 안있으면 우리아들 군에 가겠네
그녀석 요즘 다구(반항)쥑이는 거 같지 않아
아마 사춘기인가봐
올 겨울 날씨는 어떨까
많이 추울까
수능날 춥진 않겠지
그날 도시락은 뭘로 해주지
당신도 이제 머리카락이 히끗히끗하네
내눈엔 그것도 좋아보여
고마워
많이 먹어
아저씨 단무지 더 주세요....

후~~후~~불어가며 마시는 우동국물에 속이 훈훈해져온다
더운김 때문인지 얼굴빛이 따뜻해보인다

이런 밤이면 
사는것이 참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 한걸음씩 물러나 바라보면
서운했던 일이 화를 내었던 일이 그리고 뭔가를 바라고 기대했기에
불평을 털어내던 마음이
따뜻하고 포근한 마음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손등과 손바닥 같은 마음,동전의 앞,뒷면 같은 마음

산다는건 그런것인가보다
내 속에 조금씩 상대방의 쉴 자리를 내어주는 것
그러므로해서 내가 위로를 받는 것

돌아오는 길 내내 
달과 나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숨박꼭질을 하고
그남자와 나는 달빛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집으로...집으로...발을 맞추어 걸었다

인적없는 골목길 
당구장의 열린 창문사이로
따악~~ 따악~~
당구공들의 부딧히는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