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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동그라미 안에서
BY 꿈꾸는 바다 200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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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널러 옥상에 올라갔다가
햇살에 발목이 잡히어
파라솔 의자에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
점점이 떠있는 구름떼...
거기다가 웬 바람은 딱 맞추어
설렁이며 불어오는지 마음이 설렁인다
나는 가을의 볼모가 되었나보다
이제 마악 가을속으로 한 발을 디디었을뿐인데
이런 가을이면 나는 자꾸만
나를 세워놓고
빙 돌아가며 동그라미를 긋는다
어릴때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그 원안에 한 사람이 들어가있고
나머지 친구들은 원밖에서 한 놀이인데
이제는 그 놀이의 제목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않지만
원안에 있는 사람을 원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그 놀이의 원칙이었던거 같다
이 가을에 동그라미안으로 들어가 머물고 싶은 나
나를 유혹하는 세상사에 묻혀
밖으로는 세상과 어울리며 살아가는듯 보이지만
나는 가을이면 나와 손잡고 놀고싶어 하는 듯하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내게 던진 물음표들에게
아직 들려주지 못한 답장들을 읽어주며
내가 가진 감성들이 울긋불긋 때때옷들을 입고
내게서 떨어져나갈 동안이라도
나는 그들과 함께 있어 주어야겠다
내 마음속에서 싹이나고 떡잎을 내밀어
초록의 잎새들로 나를 키워오던 나의생각들
미쳐 익지못한 열매가 되었더래도
더 고운 땟깔로 물들이지 못한 것일지라도
내가 키워온 것 들이기에
가을이면...
가을이면...
나는 그들과 어울려
파아란 하늘을 날아도 보고
발바닥이 밑이 푹신푹신한 낙엽의 길을 걸어도 보면서
언제나 너희들을 사랑했다고 내 마지막 인사말을 속삭여 주고 싶은건
아직은 조금 더
그들과 함께 있고 싶다는 나의 바램
나만의 동그라미 안에서...
나만의 가을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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