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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쓰는 즐거움
BY 꿈꾸는 바다 2003-09-21
꿈꾸는 바다
어제밤..편지지 한장을 골라 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랜만에 써보는 편지라 낯선 즐거움이 연필을 쥔 손끝에 메달린다.
그동안 바빳던가?
우체통에 편지를 떨어트려 본것이 언제였던가?
펜을 다져가며 쓰던 편지는
메일이 대신해주고
더 간단히는 문자메세지로 해결하고
더 빠르게는 휴대폰 번호를 눌러서
미처 여과되지 못한 말들을 쏟아내곤 하지 않았던가
얼마전에 보낸 축전도 인터넷으로 턱하니 주문하여 보내었다.
그러나 오늘은,
애정이 담긴 편지를 마음으로 쓰고 싶다.
편지가 주는 기다림의 즐거움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편지를 쓰는 동안
내 글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그려보며
그사람에게 말을 건네듯 쓰는 편지엔 여유로움이 있어 좋을것 같다.
고치고 싶은 곳이 있으면 지우개로 쓰윽쓱 문대어 보기도 하면서
사람의 냄새를 풍겨 보고 싶은 것이다
써내려간 사연뒤에 안녕이란 인사로 마침표를 찍어
곱게 접은 편지를 봉투에 넣어
나의 향기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겉봉을 꼭꼭 눌러 붙히고
우체통 향해 가는 길 내내
내 마음 쓰다듬듯이
빰에 대어보기도 하고 가슴에 품어 보기도 하면서
만지작거려보는 즐거움을 이 편지의 주인은 알기나 할까
겉봉을 뜯었을때
이런 나의 마음이 담겨진
내 향기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들 어떠리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집 우편함에 꽂혀있는
각종 고지서와 쓰잘데기 없는 편지들 속에
사람의 향기가 나는 편지가 섞여 있으면 좋겠다.
오늘은 웬지
사람의 살가운 정이 그리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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