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큰아들은 별 말이 없고 싫은 내색도 거의 안하고 살아서 성격이 무던한 줄 알았다.
간호사로 수술실에 근무하게 되면서 기숙사에서 생활하느라 주말에만 집에 다녀가곤 했었는데, 병원근무를 집 가까운 곳으로 옮기면서 집에서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시계바늘처럼 정확하게 사는 그 아이는 깨울 필요도 없고 뭐라 거들 일도 없이 정확하게 일어나 아침으로 지가 먹고 싶은 것 챙겨 먹고 나간다.
문제는 저녁식사다.
나름대로 이것저것 좋아할만한 것으로 챙겨 먹이는데 은근히 까다롭다. 남편은 같은 음식을 몇번 겹쳐 먹어도 군소리도 없이 다 먹어치우는데 아들은 아무리 맛있어도 먹었던 음식은 안 먹으려고 한다.
어제 불고기전골이 먹고 싶다길래 낮에 표고버섯과 당면 불려두고 배추와 불고기도 챙겨서 퇴근하자마자 불고기전골을 끓였다.
다시마 육수에 표고버섯 우린 물도 넣고 청양고추도 넣어 매콤하게 끓였는데 남편은 맛있게 잘 먹는데 아들은 별 말없이 열심히 먹기만 했다.
다 먹고 나더니 "어머니, 수강료 내드릴 테니 요리학원 다니실 생각 없으세요?" 오늘 음식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거다.
나는 열 받아서 "네가 다른 엄마를 만나서 살아보기도 해야하는데 그러지를 못하니까 안타깝다." 고 했다.
"음식이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인터넷 레시피를 참고 해서 음식을 만들어 달라구요."
오늘 음식에 표고버섯이 과하게 들어가서 불고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고 항의한다.
추가할 식재료를 사러 가려다가 비도 오고 어설퍼서 집에 있는 재료들에다 표고버섯을 좀 많이 넣은 게 화근이었다.
아들이 최근들어 자신의 의사표시를 분명히 하기 시작하면서 그 아이가 그렇게 까다로운 아이인 줄 처음 알게 되었다.
어떤 나쁜 상황에서도 잘 견디던 아이였는데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식재료가 좀 많아도 뭐라고 하고 하다못해 소일거리로 뜨는 친환경수세미실도 많다고 다 버리란다. 나중에 필요하면 새로 사주겠단다.
다음부터는 표고버섯을 빼거나 조금만 넣겠다고 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장가 보낼 때 며느리 될 아이에게 단점을 잘 말해 주고 그래도 같이 살겠다고 하면 '반품불가' 로 다짐을 받고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