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가전제품중에서 가장 힘든일을 많이 하는 것은 세탁기다.
커다란 이불빨래에서부터 조그만 양말까지 힘차게 돌려서 뽀얗고 선명하게 깨끗하게 정리 해 주는 우리집 세탁기..
거의 하루에 두번씩 불림부터 세탁까지 서너시간씩 통 가득 세제넣은 무거운 몸으로 열심히 제 할일을 한다.
어떤때는 미안한 마음에 세탁기를 한번 쓰다듬으며
니가 고생이 많다.
니가 있어 내가 힘이 덜드니 행복하다.
혼자 중얼거리다 웃고만다.
결혼할때 산 세탁기인데 10년이 지나도 쌩쌩 잘도 돌아가면서 나를 기쁘게 해 준다.
누가 볼라치면 이집 세탁기 골동품이네! 야 !어떻게 아직까지 이렇게 쌩쌩하지?!
한마디씩 할 정도로 오래된 세탁기이지만 나에겐 커다란 보물이다.
아직까지 한번도 아파서 A/S받은 일도 없고 뭔가 잘못해서 나를 속상하게 한 적도 없는 우리집 세탁기.
묵묵히 제 할일을 언제나 변함없이 열심히 하는 우리집 세탁기가 한없이 고맙다.
살면서 얼마나 많이 삼라만상 모든 것들에게 도움을 받고 사는지...
내가 받은 몇분의 일이라도 다시 나누고 있는지 세탁기의 고마움을 생각하다 다시 한번 되돌아 본다.
묵묵히 표나지 않게 언제나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장담은 못하겠고 .......?
그냥 조금씩 빗갚으며 산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받은것의 일부라도 나누며 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