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안개가 베란다 밖에서 기웃거린다.
뿌옇게 흐린 모습으로 고층아파트를 휘감고 문열어 달라고 아우성이다.
가만히 창밖을 내다본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움직임들....
안개가 모든 것을 휘감아 버렸다.
문득 중학교때의 한 친구가 생각난다.
평범하지 못한 집안에서 생활하던 그 친구는 안개를 무지 좋아했었다.
그땐 쪽지 편지가 유행이었는데 그 친구는 하루에 한통씩 나에게 쪽지를 전해 주었다.
사춘기 시절의 풋내가 가득담긴 정서로...
유난히 안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썼던 그 친구...
오늘도 안개가 내마음을 흐려 놓았어....
오늘은 안개가 우리 엄마의 얼굴을 그리고 있어....
안개 때문에 너무 슬퍼...
안개 속에서 엄마 얼굴 찿는데 새 엄마의 얼굴만 나타나....
등등...
안개속을 헤메어다니던 그친구는...
어느날 사랑하는 친엄마따라 미국으로 훌쩍 떠나버린 그친구는 편지한다더니.....
끝도 없는 안개속에서 자신의 무언가를 찿아 헤메던 그친구는
찿고 싶은 것을 찿아 헤어났을까?
안개 많은날 ..
오늘은 유난히 그 친구가 보고싶다.
안개냄새 가득찬 그 친구의 쪽지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