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 아침 식탁에서의 일이다
전날 남편이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전동 드라이버를 택배로 받았다
아침 식탁에서 남편이
"아무래도 전동 드라이버를 잘 못 산거 같애 드라이버 기능보다 드릴 기능이 더 많아서..."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럼 반품하면 되겠네!" 했더니 대뜸
"구매자 단순변심은 반품도 안 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불필요한 말을 해!"
"아니, 나는 드라이버 기능이 다른 게 함께 있는건 줄은 잘 모르니 그렇게 얘기하고
반품하라고 한 거지!"
했더니 그만 하라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러더니 또 어쩌구저쩌구 말을 늘어 놓는다
나 또한 듣기 싫어
"아, 나 보고는 그만하라더니 왜 나한테 화를 내는거야!"
했더니 갑자기 식탁을 주먹으로 탁 치며 금방이라도 나를 때릴 듯 손을 치켜 드는 것이다
그 바람에 쌈장 그릇이 깨졌고, 무언가 내 이마에 부딪치는 거 같았다
휴지로 이마를 닦으니 피가 묻어 났다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순간 어이가 없고 정신이 다 멍해졌다
내 앞에서 씩씩대며 버럭거리던 남편은 그런 나도 아랑곳없이 옥상으로 올라가 버린다
잠시 의자에 앉아 진정을 하고 거울을 보니 이마 한 쪽이 깊지는 않지만 2~3센티가 찢어졌
고 그 주변은 벌겋게 부풀어 올라 누르면 아팠다
급한대로 집에 있던 소독약으로 닦아내고 후시딘을 바르고 살색 밴드를 붙였다
서로 막 한 숟갈 뜨던 참이라 식탁은 그대로였지만 이미 밥맛은 다 떨어졌길래
반찬들 다 쏟아서 버리고 깨진 쌈장 그릇도 다 버리고는 식탁을 치웠다
한동안 옥상에서 화를 식혔는지 어쨌는지 내려온 남편은 자기가 봐야 한다며
싫다는데도 굳이 내 팔을 억지로 잡아 당기며 자기가 치료를 해주겠단다
서로 밀고 당기며 옥신각신 하니 더 화가 났다 내가 원하지도 않는 걸 굳이
자기 뜻대로 하려는 그 행태가 습관이 된 거 같아 나도 그냥 져 줄 수가 없었다 그날은...
나는 상황이야 어찌 되었건 일이 벌어졌을 때 상대를 살펴서 처치도 안 하고 옥상으로
올라가 버린 게 괘씸하고도 밉살머리스러워 내 몸에 손끝 하나 대지 말라고 하며 이마를
가리고는 끝까지 보이지 않았다
치료를 해도 내가 할테니 신경 끄라고...
그야말로 오만정이 다 떨어지는 것 같아 얼굴도 보기 싫고 어떤 말조차도 섞기가 싫어
얼른 옷을 갈아 입고 동네병원을 갔더니 공휴일이라 문을 닫았다
할 수 없이 약국에 들러 필요한 거 몇 가지를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시간 이후 지금껏 나는 한 마디도 말을 안 하고 지낸다
얼굴만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 같고, 한 공간에 있는 것 조차 불편하기 짝이 없다
아,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라는데 우리 집 남자는 도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는단 말인가?
조금만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버럭거리는 통에 요즘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살다 살다 이 나이에 별꼴을 다 겪는다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