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데이 전날인 11월 10일은, 문구점 오픈 8개월만에 최고의 매상을 올린 날이었다.
며칠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잠도 못자고 이룬 개가 였다.
그동안 이 문구점에 기울인 남편의 노력과 땀을 생각하면 이 정도 매상으로도 그 보답은
되지 못할 터이지만, 어쨌거나 새로운 첫걸음을 내딛는 날이기에 길이 기억해 두고 싶다.
항상 제일 먼저 문열고, 제일 늦게 문닫고... 하루도 쉬지 않고 8평 이 공간에 매달려온
남편...
동네 문구점 중 제일 열악한 환경을 이겨 냈기에 더더욱 눈물 겹다.
우리가 인수하기전 이 문구점은, 그당시 2군데 정도 밖에 없었기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운영이 되어 왔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바로 건너편에, 유명브랜드의 문구점이 생기면서 판도가 바뀌었던 것이다.
새로 생기고 깨끗한 그 곳으로 아이들이 몰려 들었고, 근처에 대형 문구점들이 우후죽순격
으로 생겨나자 그야말로 매상이 형편없어진 거였다.
그러다보니 의욕을 잃은 문구점 아저씨는 더더욱 가게를 돌보지 않았을테고...
그걸 아무 것도 모르던 남편이 가격이 저렴하다는 그 하나의 이유로 덥석 인수를 했던
것이었다.
이 동네에서 제일 오래된 문구점이라는 이점이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아이들은 새문구점을 선호했고, 오래되고, 낡은 문구점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데도 몇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문구점을 인수하고, 잘못 인수했구나 했을땐 이미 계약이 끝난 뒤였고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얼마나 가게가 안되었으면 그 아저씨는 가게 한쪽에 앵글을 짜서 누울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고, TV까지 갖다 놓았을까.
지금 잠시도 앉아 있을 틈도 없는 모습을 그 아저씨가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드실까 가끔 생각
해본다.
아이들을 모으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했다.
친절은 필수사항이었고, 가격 10% 인하, 스티커 모아오면 선물증정, 경품증정 이벤트...
지금까지 우리 문구점에서 했던 행사들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해서 그 아이가 올때마다 이름을 불러준다.
처음에는 10만원이 넘는 자전거를 경품으로 주면서까지 이런 걸 해야 하냐고 남편과 많이
다투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벤트를 위해 응모권을 만들고 그 응모권에 작은 소망을 하나씩
싣는 아이들을 보면서, 추첨일날 그야말로 하나의 이벤트로 모인 아이들의 기대와 흥분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또 다음 이벤트를 기약하게 된다.
생일을 맞은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포장하고 카드에 적을 글귀를 생각하면서, 주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여긴 싸고, 예쁜것만 있어요." 하는 소리를 들을 때, 500원짜리 공기돌 하나를
사기 위해 근처 문구점 3곳을 지나, 집에서 제일 먼 우리 문구점을 찾은 아이를 볼때,
문구아짐으로서의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