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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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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이틀....


BY Blue By Nature 2004-10-12

잠결에 과자를 가지고 서로 더 먹겠다고 싸우는 소리에 일어나야지 하며 잠을 털고 일어나서 아이들에게 정말 처음으로 자려고 준비해야할 시간에 저녁을 먹였다.

아이들을 재우고 앉아 이틀간의 시끌벅적했던 날을 생각하며 이젠 웃으면서 털 수 있을거 같다.

 

어릴 적 동네의 시어 꼬부라진 김치는 혜경이 먹으라고 다 퍼다 줬던 그 입맛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살짝 살짝 인상이 구겨져간다.

집에 바닥을 보이던 김치가 손이 가질 않아서 어제 저녁 시잗에 들려서 배추 두포기 사고

알타리로 두단 사서 오전에 오라 시켜놓고 집에 와서 저녁먹이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데 신랑이 일거리라면서 거실 한켠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아르바이트하라면서 회사일을 집으로 가져왓는데 꽤 양이 많았는데 ...문제는 담날 정오까지 보내야 한단다..

밤을 새야지 싶어서 애들 후다닥 재워놓쿠 밤 새울 각오하고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조금 도와주던 신랑도 슬그머니 예린이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혼자서 낑낑 매면서 시작한 일인데 새벽을 지새워도 일이 끝이 없었다.

오랫만에 일로 밤을 새우니 거뜬할 것 같더니..일하며 새운 시간이여서 인지..

신경이 좀 날카로워졌다.

두 놈다 받아쓰기 시험보는 날이라 밥먹이고 잽싸게 큰놈 먼저 받아쓰기 불러주고

둘째 녀석 절대 이번엔 빵점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눈에 힘주며 받아쓰기 해보고

학교 잘다녀오라고 엉덩이 두둘겨주곤 쨉싸게 앉아 시작했는데..

조금 있으니 어제 저녁 배달한 김치가 도착했다.

일은 열두시까지 마쳐야 하고 김치도 담궈야 하고 머리가 빙빙 돌았다.

젓갈도 사다놓은것도 없고 비는 끈덕지게 오고있고...

음악을 들으며 죽어라 하는데도 밤을 새운 탓에 손이 달달 떨리면서 헛손질이 잣아졋다.

열시 열한시 열두시가 다 되어도 끝날 줄 모르더니 전화통에서 불이 났다.

조금만 조금만 한게 두시가 되서야 끝났다.

회사에서 신랑이랑 직원이 와서 싹 쓸어가고 나니 집안은 완전히 폭탄이였는데...

손하나 까닥할 힘이 없었다. 식탁에 올려져 있는 김치를 보니 한숨은 절로 나오고..

정신좀 차려보자 다 해놓코 쓰러지던지 기절을 하던지 하자 하곤 김칫거리 씻고..

양념 준비해서 놓으니 초인종 소리와 문밖에서 나는 정신없는 소리들..

아이들이 돌아왔다는 신호에 문을 열어주는 데 고개를 들이밀 아이들이 보이질 않는다.

밖을 내다 보니 벽에 숨어있는 두놈들의 몰골이 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어떻게 된거야...? 아침에 우산 쓰고 갔잖아...."

"................."

"김예린 빨리 말해봐..왜 이렇게 비 맞고 왔어?"
"엄마.. 비 맞는게 재미있어서 쓰다가 맞다가 그렇게 왔어...."

기가 찰 노릇이다.

몸도 힘든데 애들의 몰골을 보니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감기들 걸리면 어쩔려구 이러는지.. ..

신경질이 턱까지 타오르고 감기걸리기만 하라고 으름장을 놓쿠는 두놈다 목욕탕으로

밀어넣쿠 목욕을 시키려구 하니 뜨거운 물이 안나온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아무리해도 보일러작동이 안되자..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오늘 왜 이리 힘드냐.............

신경이 곤드서버리는 그걸 참고 아이들 드라이로 머리만 말려주었다.

보일러A/S센타에 전화해서 와달라하고..

김치 버무리고..젓갈이 없어서 어느분이 다시마국물내서 담그면 시원하단 말에

시장까지 가기는 힘들꺼같고 생각끝에 너구리라면을 세봉을 뜯어서 그 속에 다시마로

국물 우려서 잽싸게 식혀서 김치 담그고 싱거운거 같아 김치통에 담았던거

다시 쏟아내서 다시 버무려서 담고..그러다 보니 아저씨들 오셔서 ..보일러 고친다고

왔다 갔다 하는데 날도 구질거리는데 그 사람들의 발냄새는 내 코를 마비시키고..

강아지놈은 그 발 따라 냄새 맡으며 쫒아다니고..

수리비는 또 왜이리 비싼지.......

아르바이트 한값에 열배도 넘었다..

속상했다.

대충 그 사람들의 발자욱 따라가면서 걸레 훔치고는..

쇼파에 누워서 좀 쉬려했던게 신랑이 와서 깨웟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골아떨어졌었나보다..

일어나보니 신랑이 들어와있고...

언제 들어왔냐고 물었떠니.."깨우니까 피곤하다고 건들지말어,"이럼서 계속 자더랜다..

난 생각이 전혀 없는데....귀신에 홀린 듯 난 정말 달고 단 잠을 잤나 보다.

신경이 예민할때로 예민해져서 언제 끊어질지 모를 고무줄처럼 팽팽히 당겨져 있던 것도

다 사그라들고...

이제 이렇게 이틀간의 이야기를 글로 풀면서 웃음 한번 흘린다.

 

손목이고 등짝이고 운동한 뒤처럼 쑤시지만..

시간에 쫒겨가며 일을 끝낸 후에 느끼는 이 평화...

오늘 많이 느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