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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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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숙제


BY Blue By Nature 2004-09-13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밖에 나가면 코를 살짝살짝 자극하는것이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고 날이 덥다고만 생각했었다.
오늘도 우리 동네 벗꽃시장을 가다가 벌써 잎이 다 떨어진 모습을 보며..얼마전 간식으로 팝콘을 튀겨서 그릇에 옮기다 남은 찌거기들이 떠올랐다.
딱 그 폼일쎄...
오늘 본 벗꽃은 그릇에 몇 알 남은 팝콘이였다.

시장엔 온통 봄나물 천국이였다.
쑥이며 참나물이며.....풋고추며..벌써 깔깔한 호박잎이 나와 있었다.
오늘 저녁도 푸성퀴로 한상차리게 생겼군...
사온게 다 초록색 일색이다..

벗꽃 때문에 시장가는 낙이 있었는데 다 져버리고..
이렇게 봄이 가는 구나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또 몇일전부터 내 코를 자극하던 냄새가 난다..
그리고는 보라색 라일락 나무에 시선이 꼿혀버렷다.
그랬구나....
라일락이였구나....
꽃피는 순서를 꽤차고 앉아있다보니 벌써 라일락이 피는 순서가 되버렷나보다..

시장바구니를 흔들흔들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 저녁을 먹이고 오늘까지 해야했던 숙제를 펴들었다.
집안 가훈부터 시작해서 본관이 어디며 나의 성격은 어떤지..
장래 희망은 무엇이고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 지..육년동안 사용하는거라 정성스럽게 써오라 했으니
신경써서 해야 겟는데 첫장부터 막힌다..
조상중에 훌륭하신 분을 적으라는데..내가 김씨 집안에 대해 아는게
뭣이 있다고..
"따르릉"
"형님 나 예린엄마.."
"아부지한테 뭐 좀 여쭤바죠.."
"본관이 어디고 조상중에 제일 훌륭한 분이 누구인지 알아봐줘.."
"아버지 주무시는거 같던데... 엄마 본관이 어디에요?"
둘째 형님이 아버지는 주무시니 엄마에게 여쭈는거 같다.
"김해김씨지 모니..무슨 본관을 찾는다니 갠.......들었지? 김해김씨래.."
"그럼 제일 유명한 사람은 누구야?"
"유명한 사람.....둘째 아주버님을 쓰던가 예린아빠를 쓰면 되겟네.."
두 여자가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옆에 계시던 엄마도 기침하시는게 또 웃고 계시나 보다...

대충 안부전화 해주고는 김유신 장군으로 써서 올리고는..
신체적 특징....키가 작고 피부가 검은편이다..오리궁둥이라 엄마가 이뿌다고 하셧다...이런식으로 써내려가며..
숙제를 마쳤다.

작년 예린이 일학년때도 느닷없이 우리 동네가 아닌 다른 동네에 가서 슈퍼 이름을 알아 오는게 숙제여서 연필들고 공책들고 원정까지 가서 숙제를 마치고..하루는 가장 가까운 친구집을 자기 발자욱으로 몇 발자욱인지 새어오기가 있어서 땅거미 지던 시간에 현관문부터 손잡아 주며 샜던 기억이 있다.

난 개구멍으로 학교 다닌 기분이다.
친구들한테 요새 학교숙제 모 이러누 하며 이야기 하면..
"다 늙어서 고생한다...우린 예전에 햇던거라..생각도 안난다..용써라.."
이렇게 나를 얼레리 꼴레리했던 친구들...말이 떠오른다.

에구..그러고 보니 내일 작은녀석 튀김용 나무젓가락 가져오라고 써있었는데 깜박 할뻔햇네....

바둑두며 호구니 머니 해가며 바둑용어쓰며 싸우고 우기고 뺏던 녀석들이 이제는 깊은 잠 속으로 떠났고..
저녁 먹고 들어온다던 김씨 집안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될 뻔한 사람은 아직도 안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