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5살짜리 시조카가 하나 있다. 친정과 시댁을 다 합해도 조카라고는 그 아이 하나뿐이다. 손위 시누이의 딸인데 피치못할 사정으로 시부모님이 어릴때부터 맡아 길러주고 계시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아이들의 특징인지 그아이도 유난히 산만하고 말을 잘 듣지않는다. 늘 나이 많으신 노인네들하고만 있어서 그런지 누군가 오면 더더욱 수선스럽게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고 떠들어댄다.
제맘에 들지 않으면 애기처럼 징징거리는 앓는소리로 뭐든 제가 하고픈대로 하고야 마는 고집불통에다가 다른 아이들에게는 절대 제 장난감을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이기적인 면도 있다. 원인은 알수없지만 약간의 사시증세도 보이고 약간 거슬릴만큼 말을 더듬기도 한다.
이번주말 시댁나들이에 조카녀석에게 장난감을 하나 가져다 주었다.
친정부모님이 장난감공장을 하셔서 얻은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른이 주신물건인데 고맙습니다 소리 한마디없이 그냥 좋아서 펄펄 뛰기 시작하더니 그물건을 가지고 놀고 싶은 마음에 저녁식사자리에서도 안절부절 하는 모습부터 눈에 거슬렸다. (눈에 거슬렸다는 표현이 사실 맘에 들지 않는다.. 어린것이 내눈에 거슬리고 말고 할게 뭐 있다고 .. 후후)
식사후 시부모님을 모시고 동네 성당으로 미사를 보러갔는데 여기서 울 조카의 진가는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미사보는 중간에 뒤에 앉은 우리를 돌아다보고 의자위를 마구 걸어다니는가 하면 시어머님의 옷속으로 손을 집어넣기도 하고 이책저책 마구 뒤적이고 독서를 위해서 앞에 나가셔야 하는 시아버님을 따라가겠다고 때를 쓰고.. 에휴. 어린아이가 그런 의식에 조용히 앉아있으면 것도 이상한 일이겠지만 너무 정신없이 굴어서 나도 신랑도 그런 조카를 나무라느라 제대로 미사를 보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신랑이 자꾸 그렇게 말안듣고 까불면 장난감을 도로 가져가 버리겠다고 야간을 쳤더니 이녀석 늘상 하던 버릇으로 이~~잉 징징거림과 함께 울기부터 하는거였다. 옆에 계시던 울 시어머님은 그런 조카를 야단을 치시기는 커녕.. 아냐 안가져가 뚜욱.. 하시는 거였다. 교육상의 문제로 부딪치는게 이런거겠구나 싶어서 한숨이 다 나왔다.
어찌저찌 미사를 다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신랑이 며칠전부터 감기로 끙끙 앓아온 나를 걱정해서 옆에 앉혀두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조카녀석이 신랑 다리사이를 비집고 들어앉아서는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려니 놔두고 신랑 등쪽에 앉아서 아픈 머리를 신랑 어깨에 대고 쉬고 있는게 녀석이 끈질기게 묻는다... 외숙모 지금 머하는거야? 대체 머하는거냐구?
쿡~! 하는 웃음과 함께 이녀석 날 시샘하는구나 싶어서 일부러 좀 떨어져 앉아주었더니 신랑 팔을 베고 누워서는 이리저리 부벼대고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신랑도 그런 조카가 어색해서 이녀석이 오늘따라 왜케 달라붙어 비비고 난리야.. 하면서 불편해했지만 조카녀석은 몸은 신랑에게로 눈은 내게로 와있었다.
숙모를 시샘해본 기억이 있으신지요..
제게도 하나뿐인 작은 어머님이 계시는데 삼촌과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탓인지 처음엔 숙모에게 삼촌을 빼앗겼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답니다.
어린마음에도 말입니다.
숙모를 시샘해서 삼촌품으로 더더욱 파고들던 꼬맹이가 아줌마가 되고 숙모가 되었습니다. 그러는동안 눈을 마음을 즐겁게 해준 영화이야기들 살면서 지울수 없는 사는 이야기들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