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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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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교실


BY 다정 2003-09-13

 사랑의 교실
                                                   
  http://www.mengmul.com/8262/는 20년 전 부산에서 가르쳤던 제자들이 만든 사이버 반창회 사이트다. 20년이라는 긴 세월의 벽을 넘어 지금은 서른 세 살의 엄마나 아빠가 된 제자들을 만나러 가는 나만의 행복한 공간이기도하다.
  인터넷으로 들어가 사이트를 찾아 클릭을 하면 제일 먼저 6의2 라는 스마일 마크가 나타난다. 이름을 부르면 금방이라도 "예"라는 대답을 할 것만 같은 반가운 얼굴들이 동영상으로 파도치듯 움직인다. 너울너울 춤추는 달팽이 모양의 숫자와 함께 반가가 흘러나오고, 그 아래 여러 개의 방들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6의2, 가입하기, 선생님 우리 선생님, 자유게시판이다. 자유게시판을 클릭하면 방문록을 위시하여 몇 개의 작은 방이 있다. 그 중에서 '선생님 우리 선생님 방'은 특별히 나를 위해 만들어 준 방이다. '선생님 하시고 싶은 말, 쓰시고 싶은 글, 근황 등을 적으세요. 우리가 자주 찾아갈게요.'홈페이지를 만든 정민이의 의젓한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듯하다. 봄 날의 아지랑이처럼 따뜻해지는 마음이다. 이어서 '개금 초등학교를 1982년에 졸업한 6학년 2반의 사이버 반창회 입니다' 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6∼2은......? 다음과 같은 글이 눈길을 끈다.
                          
                       사랑의 교실
  "맑고 고운 마음들이 함께 모여서..."                           -이정민-
우리의 반가가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선생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하지만 그렇게도 많이 불렀건만 한 구절밖에 기억이 나지 않음을 세월 탓으로 돌립니다. 이제 그 세월이 20여 년이 흘러 우리를 다시금 사랑의 교실로 불렀습니다. 문명의 이기에 때로는 이렇게 감사를 하게 되네요. 항상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2000년 마지막을 잘 정리하고 다가오는 2001년엔 소망하고 희망하는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미국에서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낸 반장이었던 정민이의 글이다.
  1981년 3월 2일, 20년이 지났어도 가슴 설레이게 하는 제자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맺은 그 날의 감동을 고스란히 되살려주는 글이다. '사랑의 교실'은 우리 반의 상징이자 급훈이며 반가의 제목이다. 교직생활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음을 새삼 느끼며, 아련한 추억에 잠겨본다.
  첫 근무지였던 개금 초등학교에서 4학년을 맡은 후 5학년을 따라 올라갔다. 첫 정은 미련이 많이 남는다던가?  학년이 바뀔 때마다 분반하여 아이들은 바뀌지만 헤어지기 섭섭하여  6학년을 희망하였다. 소원대로 6학년 2반을 배정 받은 나는 가벼운 기대와 흥분으로 교실로 향했다. '누가 우리 반일까?' 2년이나 3년째 똑같은 담임을 만났다고 실망하는 아이는 없을까? 라는 우려조차 해보지 않은 채 경쾌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복도에서 긴 호흡을 한 번 한 후 살며시 앞문을 열었다. 그 순간 '아'하는 감탄과 함께 터지는 박수소리, 환한 웃음을 보이며 꽃잎처럼 겹쳐지는 얼굴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교탁 앞에 가서 섰다. "이제 그만"이라는 말을 한 후에도 한참동안이나 계속되던 박수소리……,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교향악보다 웅장하고 협주곡처럼 감미로운 찡한 감동의 음악을 들었다고 하면 이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랑의 의미는 다양하지만 학교에서 보여준 그들의 모습은 내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그래, 우리 반을 사랑의 교실이라 부르자. 그리고 사랑으로 가르치자. 너희들을 만난 기쁨을 무엇으로 전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음악 노트를 꺼내 반가를 짓기 시작했다. 끝내고 나니 시계는 자정을 지나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몇 번을 고쳐가며 가사를 흥얼거리느라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 그 다음날 아이들에게 1절에서 3절까지 가사를 칠판에 적어주고 1년의 아침을 반가로 시작한 기억이 난다. '∼푸른 꿈이 영글어서 익어 가던 곳 영원토록 못 잊으리 사랑의 교실' 졸업식 날 그들보다 더 목이 메어 불렀던 3절 가사의 끝 부분이다.
  "꿈에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 되는 꿈을 꾸었는데 학교에 와보니 진짜 선생님이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집보다 학교가 훨씬 좋아요. 일요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등의 재잘거림에 철부지 마냥 행복해 하던 시절이었다.
  오른쪽 화면에 졸업앨범 사진과 단체사진이 올려져있다. 홈지기 영대와 경훈이가 올려놓은 것이다. 검은색에 하얀 칼라의 교복을 입고 찍은 흑백사진이다. 다 들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교실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환하고 밝은 표정이다. 저 웃음 속에 어떤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을까? 그 아래 사진은 경로잔치를 할 때의 사진이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은영이의 모습과 진지하게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어우러져 완공되지 않은 강당의 무대조차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저 '밝음'과 '진지함'이 다시금 '한 마음'으로 묶은 것이리라.
 학년 대표 연구 수업, 학교 대표 경로잔치 연주회로 언제나 음악으로 시작해 음악으로 끝난 하루였고 1년이었다. 반가로 시작해서 2부 합창이나 가곡 부르기로 끝나는 종례시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싸움이라는 사건을 저지른 창수와 병노의 벌조차도 오르간 소리에 맞추어 '사랑은 언제나'라는 노래를 부르게 했으니......  
  오늘은 누구의 어떤 사연이 들어있을까? 궁금해하며 자유게시판을 클릭 해본다. 그 옛날처럼 따뜻하고 정감이 넘치는 사랑의 교실이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