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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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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신호 앞에 서서...(4)


BY 박꽃 2009-05-15

첨엔 몸도 마음도 많이 약해지셔서 그러시려니 했다.

다 포기하신듯 밥 먹는것도 싫다.

올해 아홉수(69세)라서 죽으려고 이런다며

푸념과 한숨으로 곁에 있는 사람을 숨막히게 하셨다.

건강하실때 내가 니들 신세지나 봐라하시며 큰소리치시며

내 맘을 후벼파시던게 엊그제 같은데...

 

아이 달래듯 식사를 떠 넣어드리고, 씻겨드리고, 

겨우 겨우 부축해 화장실 수발을 하며 어서 쾌차하시기를 바랬다.

당신을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당신도 미안하신지 첨보다는 스스로 하시려고 노력도 하셨다.

그런데 그 모든게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퇴원하고 이틀후...

 

부모와 자식..

우리가 알기엔 핏줄로 이어진 사이이기에 끊을래야 끊을수 없다고 하지.

하지만 그 질긴끈도 끈 나름인것 같다.

 

어머니가 병원에 계신동안 남편은 내 부탁으로 하루를 어머니곁에 있었고

그날밤도 병동에 함께 있지않고 여자병실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바깥에서 서성였었다한다.

퇴원하던날도 어머니와 난 택시로 어머니집으로 갔다.

그래도 그땐 걸으셨으니까...

 

2주일을 비워놨던 집이라 반찬이랑 밥을 새로 해놓고

어머니 동선에 맞게 이리저리 살림을 옮겨드렸다.

아들 걱정에 이제 혼자 계셔도 된다고 얼른 가서 밥챙기라고 제촉하시기에

약드시는거랑 화장실 다니실때랑 조심하시라고 신신당부하고

편치 않은 맘으로 집으로 왔다.

 

그 동안의 긴장을 놓아버리며 나도 집에와서는 긴잠에 빠졌다.

그리고 담날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안받으신다.

혹시라도 전화 받으려다 서두르실까 싶어 조심스러웠다.

담날도 전화가 안되서 불안한 맘으로 어머니집에 갔다.

 

믿고 싶지 않은 모습으로 어머니가 누워계셨다.

온 집안이 악취로 가득했다.

어머니가 이상하셨다.

분명 정신은 있으신데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며

당신의 분비물위에서 춥다며 몸을 떨고 계셨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얼른 수건으로 닦아드리고 오물묻은 옷과 이불을 정리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신단다.

 

다른 세상이 내 앞에 펼쳐질것 같아 눈앞이 아득해졌다.

다 내탓인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