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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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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신호 앞에 서서...(1)


BY 박꽃 2009-05-14

매일 매일 똑같은 날들이 지겨워지고 지쳐갈 무렵이었던것 같다.

직장에선 감원 바람이 한바탕 몰아쳐 지나가고

그래도 그자리에 남아있슴을 한편으로 감사해 하고 있었다.

 

세상은 늘 그렇듯이 기다려주거나

예고를 해주거나 그런것 따윈없다.

한치앞도 모르면서 잘난척 살아가는 인간들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여튼 그런 나날들...

새벽 근무를 어쩌다보니 삼개월에 또 삼개월을 더해 근무를 하게되어

한겨울 새벽바람과 벗되어 삶터로 나가던 날들이 한번씩은 서럽기도 했다.

 

언제나 내몸은 무슨 무쇠철인도 아니란걸 가끔씩 잊고

출근하면 발바닥 땀나도록 이리뛰고 저리뛰며

아무 생각 없는 사람처럼 집과 직장을 오가며

한번씩 진하게 오는 속앓이를 무시하며 살아갔다.

 

일요일, 공휴일 심지어 명절까지도 반납하며 일하고

누구라도 빠지면 연장근무, 아니면 미리 출근해주는 것도 당연시하며 살다보니

내가 아프면 누구에게 폐라도 될까싶어 대충 참으며 미련 맞게도 살아갔다.

 

그러다 감원에 주 5일 근무로 까지 업무가 축소되어 갔다.

2월 어느 토요일..

갑자기 밀려오는 복통에 어찌할바를 모르다가

병원 응급실을 찾게되었다.

 

담석땜에 담낭절제술을 한지가 9년이나 되었는데

다시 담석이 생기면서 급성췌장염이 발병한거란다.

일주일여를 입원하면서도 나땜에 힘들 동료들 생각으로 편치 않았다.

입원중 검사에서 빈혈, 자궁근종이 있다는걸 알게됐고

앞으로도 빈혈은 원인치료를 해야하고

근종은 크기가 커서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고하니

퇴원하는 맘이 더 무겁기만 했다.

 

맘이 약해져서일까?

출근할 생각을 하면 마음이 불안했다.

병원도 수시로 다녀야 하고 약도 잘 먹어야하는데

괜시리 그때마다 미안해하며 양해 구하는것도 하기 싫었다.

다루는 일이 워낙 고가의 자재(반도체)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의 연속이기에 다시 또 스트레스 받으며 할 자신이 없어졌다.

 

회사에 사실대로 얘기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이유있는 핑계로 백조생활을 시작했다.

여유가 있어서도 마음이 편해서도 아니지만 그냥 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