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의 달력을 찢어냈다. 커다랗게 쓰인 2자가 새달임을 깨닫게 한다. 휴일로 맞는 새달의 느낌은 아무래도 여유롭다. 일 있다며 남편은 아침 먹고 외출을 했다. 올 5월이면 그와 결혼이란 의식을 치룬지 19주년을 맞는다. 한해 한해 결혼 기념일을 보낼때마다 참 대단하게 살아내고 있다고 나 스스로에게 대견해 한적도 많다. 그리 많이 지지고 볶으며 살아왔으니까.... 게그맨들의 이야기처럼 연애할땐 너 없으면 못살겠다 했는데 이젠 너 땜에 못살겠다는 말이 입안에서 뱅뱅 돈다. 벌써 나보다 머리 하나씩은 더 큰 장성한 두 아들을 두고서도 못나게시리 맨날 내안에선 두마음이 서성거린다. 참고 살아야한다. 아니다 나두 인간답게 살아야한다. 정말 권태기란게 이런걸까.... 똑같은 말을 했는데도 말한 사람과 듣는 사람의 의도가 다르고 함께 있는것보다는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맘 편하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것이 과연 잘 살아왔던걸까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다시 참아야지 하려다가도 끝없는 감정의 치닫는 맘이 이래도 저래도 자꾸 원점이다. 왠지 나만 손해보고 산다는 이 느낌 뭘 어떻게 해야 이 맘에서 해방될까... 한참 예민하고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을 팽개치고 나 살겠다고 다 접어버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맨날 천날 이런식으로 살수도 없고.... 지금 이런 현실까지 오게 된것엔 경제적인 것도 무시할수 없다. 작년 여름부터 남편이 하던일을 겨울에 접고 그 이후 무슨 배짱인지(날 믿는 구석으로 생각하는건지..) 몇달을 내 속을 터지게 했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도와주는법은 그에 사전엔 없는일. 그런 기간들이 쌓이면서 내 속엔 울화가 쌓이고 거기다 울엄마 편찮으셔서 병원에 누워계시니 긴병에 효자 없다더니 "또 입원하셨냐" 는데 정말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다. 물론 울엄마의 여러번이 병원치레 자식인 나도 지쳐간다. 하지만 그가 그러는건 정말 서럽게했다. 과연 이렇게 살다가도 이 시기가 지나가면 전처럼 서로 같은곳을 보며 살아갈수 있을까... 아침에 눈뜨면 일어나고 일터로 향하고 집에 오면 또다시 내몫의 살림살이. 그냥 겉모양의 부부로써 남아있으므로 아이들은 잘 자라줄까.... 엊그제 남편이 계약서 한장을 보여준다. 전에 하던일을 다시 하려고 한단다. 이젠 이런식이 됐다. 그는 자기가 하려는 일은 내가 막기 때문에 되는일이 없단다. 자본도 없으면서 뜬구름 잡듯이 내뱉는 말에 난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감정보다는 이성이 먼저 발동하기 때문에 그냥 이럭저럭 꼬락꼬락하지 않는 내 성격도 문제인지 모른다. 작은 가게였지만 함께 했었는데 이제 혼자한다니 제발 열심히 오래해주길 빌어본다. 난 내자리에서 최선을 다할테니... 아이들 일찍 키우고 여유 즐기며 살자고 했던때가 엊그제 같은데 도무지 제자리 걸음도 못하고 뒷걸음질 쳐서 이젠 감정의 골까지도 깊어간다. 이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하자던 그 약속을 지키고 살수 있을지는 미지수. 지금은 그저 아이들의 엄마로써 이 자리에 있는것이다. 그저 이 시기가 권태기라는 이름으로 누구에게나 왔다 지나가는 인생의 한때이기를 빌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