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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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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 환장하겄네....


BY 박꽃 2003-11-02

    참말 내가 살아도 못살일이다. 오늘은 친구네 부부와 친구 사촌형님께서 농사지으신 쌀을 가지러 가는길. 우리집 차가 더블캡(6인승 트럭)이라 우리차로 가기로 했다. 우리 쌀도 사오기로 했는데 난 며칠전에 20KG 짜리 한포가 생겨서 우린껀 빼기로 했다. 이유인즉 저번에 방송 탔던 글이 나에게 쌀 20KG으로 돌아온덕(?) 그 선물 가지고도 우리 신랑 한마디. 니가 오죽 궁상스럽게 글을 썼기에 쌀이 선물로 오냐고.... 우짜든지 일용한 양식이 되어 돌아왔기에 감사히 생각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찌감치 길을 나서는데 우선 아침 식사나 하자며 미식가 친구 신랑이 이끄는 맛있다는 추어탕집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이 깔끔한것이 맛도 기대가 되었다. 앉으니 맛깔나게 생긴 김치랑 깍두기, 국수 사리를 내어왔다. 잠시후 구수한 냄새에 추어탕이 놓여지고 국수를 먼저 탕에 넣어 먹었다. 그리고 밥... 근데 거기서 내가 왜 그랬을까나.... 옆에 앉은 친구에게 "야 근데 이 빈접시 뭐냐?" 친구가 어이없다 하며 뒤집어진다. 친구 신랑, 우리 신랑 모두 기가 막히단다. 그때서야 나도 아차! 맞다 아까 국수 사리 담아온 접시구나.... 나 왜 이런디야. 참말 환장하겄네.... 울 신랑 그냥 넘어가지 않고 웃다말고 하는말. "아들들이 걱정이다." "왜?" "에미가 벌써 저리 정신이 없으니 어쩌면 좋으냐 .... 니 집 나가서 못찾아오면 안 찾고 나 이사갈꺼다. 아이들도 다 이사하라고 하고...." "정말 그럴꺼야? 그러기만 해봐라." 밥먹다 말고 대화가 갑자기 삼천포로 샜다. 얼마전엔 시어머니께서 작년에 선물해주신 한냥반짜리 팔찌를 잃어버렸다. 그런데도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걱정도 안한다. 분명히 내가 어디다 두고 못찾고 있는걸꺼라고... 서서히 주위에서 나에 깜빡병을 인식하고는 웃고 넘어가주는 일이 생긴다. 얼마전 냉동실속 맥주 폭파사건도 그렇고 정말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그래도 시험은 합격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일인지... 자주이러니 내딴에도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메모하는 습관도 갖으려고 애쓰는데 왜 이리 잠깐씩 아무 생각없는 사람처럼 되어가는것인지.... 남편한테 내가 하는 핑계 "나 원래 이랬던거 아니잖아? 전엔 진짜 남에 집 살림까지 챙겨주고 그랬는데 아이들 둘 수술해서 낳고 재작년에도 수술해서 더 심해진거야." 그럼 그는 나에게 "그럼 수술한 여자는 다 그러냐?" "아마 다 그럴껄?" "그럼 수술한 남자도 그러냐?" "글쎄" 그에겐 나에 이런 정신없음이 주책바가지 아줌마로 가는 길로 보이나보다. 나두 이러고 싶겠냐고... 정말 이러는 내가 얼마나 미운줄 당신이 아느냐고.... 식사를 마치고 쌀을 가지러 간 부천의 어느 들판. 추수가 끝난 들판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처럼 느껴졌다. 뭔가 느껴주게 해줄꺼라 기대했는데 개토 작업하는 논위에는 쉴새없이 왔다갔다하는 덤프 트럭 행렬로 정신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친구는 아주버님댁에서 주신거 다 내려놓고는 집에 들렸다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잠시후 얼굴색이 이상해져서 뛰어왔다. "왜?" "내 가방 봤니?" "니 금새 온다고 그냥 차에 두고 가더구만" "그랬냐. 갑자기 가방이 안보인단 생각에 가슴이 덜컹했다." 우리는 마주 보고 웃었다. 둘이 이구동성 "야 이래서 니랑 나랑 친군가보다." 그래 맞다 맞아 친구야. 어느날 갑자기 길에서 널 만나서 못 알아보더라도 너는 날 기억해주렴. 혹시 내가 이곳에 주저리 주저리 내 얘기 풀어놓던 박꽃임을 잊어도 내가 이런 시절 있었던것 일깨워주렴.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잃어버리더라도 내가 나임을 일깨워다오. 그리고 당신. 나한테 그러기만 해봐. 정말 미워할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