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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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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쏟아지는 밤에...


BY 박꽃 2003-10-09

      인심 좋은 가을 하늘. 오늘도 하루 종일 높디 높고 푸르디 푸른 하늘 구경을 했다. 방에 앉아서도 온몸이 근질거려 어디론가 나가야할것을 주체못하는 사춘기 소녀마냥 마음이 설레이는 하루였다. 영 나아지지 않는 발목땜에 어제부터 병원 문턱을 넘었다. 다행이도 뼈는 무사하다고 한다. 인대에 염증이 생겨서 통증이 있는거라고... 한시간여 시간을 물리치료를 받으려고 누워있으면서 병원안의 대화에 귀가 기울여진다. 대부분의 환자가 연세 높으신 어르신들인데 물리치료사들이 참 자식같이 어르신들의 시중을 든다. "오늘은 어떠세요, 어제보단 괜찮지요?" "응 거긴 괜찮은것 같은데 오늘은 여기가 또 이상하네." "아이구 그럼 오늘은 여기도 봐드려야겠네요." 어제보고 오늘 또 봤다고 날 보고도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해주셨다. 내 담당은 여자 물리치료사. "어제보다 괜찮으세요?" "아니요. 제가 어제 축구 경기 구경하러 갔다가요. 차를 너무 멀리 주차하는 바람에 한참 걸었더니 어제보다 더 부었어요." 간단한 물음에 줄줄이 대답을 한다. 내가 주책인가? 사실 어제 남편이랑 같이 일하는 직원들 내외랑 고양시에 새로 생긴 축구 경기장에 경기장 구경겸 경기관람을 하러갔는데 정말 온통 도로가 주차장이다시피해서 차를 멀찌감치 세워두고 좀 걸었더니 더 퉁퉁 부어올랐다. 그래서 오늘은 일찌감치 서둘러 병원을 간것이다. 물리치료 받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책을 하나 들고 들어가서 빈시간을 메꾼다. 전엔 가게보면서 늘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컴앞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별로 책을 읽지 않았다. 그래도 어디를 가거나 하는 짜투리 시간은 책을 본다. 오늘은 과월호 좋은 생각을 봤다. 누군가 적어놓은 연애편지도 읽고 꽁트도 읽고 금새 한시간이 지나간다. 자기 자리에서 환한 얼굴로 일하시는 그분들의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작은아이 오늘 시험 끝나고 낼은 소풍간단 얘기 다행이 까먹지 않고 소풍장을 봤다. 김, 단무지, 오이, 당근, 햄, 맛살, 계란도 떨어져 계란 한판, 음료수 몇개. 사실 음료수는 아이가 자판기에서 사먹어도 되는데 난 잊지 않고 가방속에 챙겨줘야 직성이 풀린다. 혹여 목메여 체하지나 않을까하는 맘인지 어릴때 내가 제대로 못 챙겨다녔던 한풀이인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중학교 3학년인데도 막내여서 그런가 아직도 내눈엔 덩치큰 애기로 보인다. 시험 끝난 작은아인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직도 시험기간인 큰아인 아직 집에 오지 않는다. 잠들면서도 몇시간후에 깨워달라며 불안한 잠에 빠지는 아이. 그렇다고 제혼자 공부하는게 아니니 특별히 성적이 오르는것도 아니다. 그냥 현상 유지를 위해 그렇게 해야하니 정말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생활은 고달픔 그것이다. 이렇게 하고서도 대학이라는 곳에 가고나면 확실한 미래가 펼쳐져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현실에 회의가 느껴진다. 정말 내아이가 특출해서 걱정이 없는 부모들은 모르겠지만 평범한 아이를 가진 나로써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내가 괜히 미안해진다. 우리 어른들이 잘못 살아서 세상을 이렇게 만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20일부터는 그나마 내가 원하던 곳으로 출근을 한다. 내가 일년만 잘 다니면 아이들 학자금이 해결될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아직 정식 입사는 남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희망이란게 생기고 나니 한결 마음은 가볍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열심히 살아야지. 나도 내가 일하는 자리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최선을 다하리라.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들처럼 오늘도 난 다짐을 한다. 구름한점 없는 가을밤. 환한 달님 곁에 반짝이는 별들. 낮에 높디 높았던 하늘만큼이나 밤하늘은 깊은 바닷속같다. 반짝이는 별들이 쏟아져 내릴것 같은밤. 아직도 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