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 신고
구두까지 챙겨신고
내모습을 이리저리 비쳐본다.
맨날 펑퍼짐한 고무줄바지에
아무거나 편한 티셔츠한장이면 족하던 몸매가
간만에 선을 보이러 가려니 신경이 쓰인다.
월요일
일박 이일의 여행이었는데도 많이 피곤하다.
멍든 팔도 볼만하고 여기저기 쑤시지 않는데가 없다.
그래도 행복한 아침이다.
따르릉.
전화가 왔다.
내가 인터넷으로 젤 먼저 접수했던곳.
사실 월요일 다른 면접도 잡혀있었다.
근데 더 끌리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마도 내 또래나 비슷비슷한 아줌마들이 오겠지 하며 면접 장소로 향했다.
근데 이게 왠걸.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 졸업반, 취업 재수생, 남자두 무지 많다.
아줌마는 그나마 세명.
내가 젤 노인네다.
아구야 나 명함도 못내밀겠네.
미리 걱정이된다.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회사 설명해주고 면접에 들어갔다.
10분전에 도착했는데도 내가 거의 끝차례다.
지루한 시간.
한참 어린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아줌마인 내가 편해보였는지
이것 저것 서로 궁금한것도 얘기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내차례.
아줌마의 여유랄까.
이상하리만치 하나도 안떨린다.
이력서에 있는거 묻고
왜 지원했냐고 묻는다.
나의 대답은 딱 내가 해야할일 같다고 했다.(너무 자신만만했나?)
집에 돌아오는길
운명의 장난인지 장난의 운명인지
나두 참석해야 할 모임에 다녀오는 친구를 지하철에서 만났다.
도중하차하여 맛난 오징어볶음에 쇠주 한잔 캬~~
친구는 내 옷차림이 전과 다름인지 보기좋다고 한다.
잘 먹고 오다가 안신던 신발탓인지 쇠주탓인지 넘어졌다.
무릎까지고 멍들고 늘 안좋던 한쪽 발목이 접지른것 같다.
그래도 최면상 벌떡 일어나 아픈거 참으며 동네에 와서 남편을 호출.
편하게 집에왔다.
남편은 모른다. 내가 중간에 샌것은... 그냥 오다가 넘어진지 안다.
괜히 얘기하면 일 다니기도 전에 딴짓부터 하고 다닌다고
경계할일 만들게 될까봐 그냥 안했다.
아직도 여자는 여자라고 밖에서 그러는거 싫어하니까...
부부여도 싫은 소리 듣기 싫으니까...
화요일
또 한곳의 면접이 기다리고 있는데 좀 직원대우가 짠것 같다.
그러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또다른곳 포착.
클릭한번으로 응시를 한다.
잠시후 전화.
"오늘 오후 두시까지 이력서 준비해서 오세요."
우리집에서 무지 먼곳이다. 거기가 본사란다.
높은 빌딩에 들어가니 내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늦지 않게 도착했는데도 오늘도 이미 바글 바글.
이곳에서도 내 나이는 밀린다.
여긴 그래도 기다리기 지루할거라고 영화도 틀어주고 다과도 준비해줬다.
면접은 자기 회사에 대한 느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일 할 생각인지를 묻는다.
그냥 편하게 얘기했다.
끝나고 나오는데 면접 보러와줘서 고맙다며 책 한권씩을 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제목이 맘에 들었다.
집에 오는길 책을 읽으며 지루하지 않게 돌아왔다.
내가 핸드폰이 없어서 이력서마다 남편꺼라며 적어 넣은덕에
남편이 비서 노릇을 한다.
월요일 면접 본데서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단다.
근데 별로 기쁘지 않다.
난 화요일 면접 본곳이 더 끌리고 있다.
어느 곳이든 뿌리 내리면 되지만
이왕이면 입에 맞는 떡을 찾고 싶다.
오늘도 난 또 다른곳에 면접을 보러간다.
나이가 들어 하는 취직이라 최선의 결정을 하고 싶다.
내가 지금 택한 이직업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거란거 안다.
나두 전화오면 귀찮아 했고 남들도 똑같을거란걸 아니까.
하지만 다른건 몰라도 열심히 할거란건 믿는다.
난 원래 그렇게 살았으니까.
남에 일이라고 무심하게 일한적 없으니까...
화요일 면접 본곳에서도 오늘 연락을 해준다고 했는데 모르겠다.
오늘 가는곳도 괜찮은 조건이고
여튼 지금은 내손안에 여러 종류의 떡이 있다.
최후의 선택은 젤 맛있고 젤 몸에 좋은 떡이 될꺼라고 생각한다.
시월의 첫날 비오는 어두운 아침.
오늘도 난 나를 팔러 나간다.
때아닌 치마에